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국내 18개 재벌그룹 총수들과의 30일 오전 만남은 우리 당국과의 조율이나 협력 없이 트럼프 대통령 주도로 기획됐다. 취임 이후 한국산 수입품에 대한 잇단 보복관세 및 긴급수입제한을 압박 카드로 앞세워 대미 투자 확대 ‘청구서’를 발동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한국 대표 기업 총수들을 한자리에 직접 불러 모아 추가적인 대규모 투자를 압박하고 미-중 무역분쟁 와중의 ‘반화웨이’ 전선 동참을 요구할 공산이 커 보인다.
28일 재계 설명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오전 10시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이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 구광모 엘지(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허창수 지에스(GS) 회장, 손경식 씨제이(CJ)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등 18개 한국 대표 재벌기업 총수들과 40분가량 회동을 한다. 한국 재벌 총수들을 총소집한 이번 회동의 성격은 ‘간담회’라고만 알려진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우리 당국은 이번 만남을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재계 관계자는 “주한미국대사관으로부터 참석 요구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우리 외교 당국은 백악관 주재로 열리는 행사이고, 회동 결과에 대한 언론 브리핑도 백악관 창구로 단일화돼 있다고 말했다. 한국 언론의 취재 접근도 제한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기업인 다수와 별도 회동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롯데가 미국 루이지애나에 3조6000억원을 투자해 롯데케미칼 공장을 완공한 뒤 신동빈 회장을 백악관에 초청해 40여분간 회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신 회장을 만나 “한국은 훌륭한 파트너”라고 추켜세운 바 있다. 이번에 서울에서 다른 총수들에게도 ‘훌륭한 대미 투자 파트너’가 돼달라고 사실상의 투자 압박 청구서를 내밀 공산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에 재계는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투자 약속 등 모종의 선물 보따리를 각자 가지고 나가야 하는지 서로 눈치를 살피는 모양새도 보인다. 투자 요구 외에 미-중 무역전쟁 속 반화웨이 전선 동참과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한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 등 우리 기업에 직접 영향을 미칠 현안들이 간담회 테이블 위에 올라올 것으로 관측된다. 화웨이와 관련해서는, 회동 전날에 오사카에서 이뤄질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결과에도 재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 영국을 방문해서도 방문국 기업인들을 직접 만나며 대미 투자 확대를 요구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기업을 만나는 건 미국 자체적으로 하는 행사로 알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이야기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예단해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송경화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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