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dilemma)는 그리스어 ‘두 번’(di)과 ‘명제’(lemma)를 합친 말에서 나왔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곤혹스러운 상황을 뜻합니다. 살다보면 딜레마를 많이 경험합니다. 우버로 상징되는 공유 서비스 사업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듭니다.
2019년 5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우버는 회사를 세운 지 9년 만인 2018년 매출이 113억달러(약 13조3천억원)에 이르렀습니다. 벤처캐피탈에서 투자금만 250억달러를 모았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독일 스타트업이 투자받은 총액보다 더 많습니다.
최근 독일 <슈피겔>은 우버에 맞서기 위해 자동차 강국 독일 기업이 딜레마에 놓인 상황을 기사로 내보냈습니다. 전통적인 경쟁 기업인 벤츠와 BMW는 자동차를 분 단위로 빌려주는 서비스를 하기 위해 ‘적과의 동침’을 선택했습니다. 폴크스바겐도 자회사 ‘모이아’를 만들어 6인승 전기차를 활용한 호출형 공유 서비스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공유 서비스 핵심은 나누는 것이죠. 그런데 자동차 제조 기업이 이런 서비스에 뛰어들었습니다. <슈피겔>은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자동차가 발명된 이래 이들 회사 사업모델은 자동차를 만들어 파는 것이었다. 앞으로 많은 사람이 자동차를 사는 대신 자동차 공유를 원한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만으로도 악몽이다.”
미국에서는 이와는 결이 다른 딜레마를 찾을 수 있습니다. 차를 사지 않고 공유한다면, 환경이 개선되고 정체에 따른 비용도 줄 것이라고 많은 이가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미국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에 우버 운전사가 늘면서 교통정체와 대기오염이 악화되었다고 합니다.
공유경제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도 딜레마는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일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기에 자주 어려움에 부딪힙니다. 게다가 파견·알선 업체가 일한 만큼 임금을 지급하는지도 불투명합니다. 반면 공유경제 노동자는 자신이 원할 때 일하고, 과거보다 임금 문제 또한 투명해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낮은 저임금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자기 착취에 가까울 정도로 일해야 합니다.
이런 얘기는 캘리포니아에서 벌어지는 남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딜레마가 이미 일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타다’ 논란이 대표적입니다. 디지털플랫폼을 기반으로 기존에는 없던 서비스를 내놓으려 하는 공유경제 기업과 당국 규제와 관리감독을 받는 전통 기업 갈등은 끊임없이 벌어질 것입니다. 딜레마를 풀어줄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냥 손을 놓고만 있을 수도 없습니다.
정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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