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가난하면 좋은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버티기도 어렵고, 빚이라도 지게 되면 이자 부담으로 더욱 더 힘들어지는 악순환이에요.”(보호시설 퇴소 청년)
“지원 규모가 크거나 대대적인 청년대책은 요건이 까다로워 정작 도움을 못 받았어요. 작더라도 실생활에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많았으면 좋겠어요.”(대학생)
기획재정부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23차례에 걸쳐 청년 취업·창업준비생을 만난 ‘톡톡 희망사다리’ 참석자가 꺼낸 현장의 목소리들이다. 정부는 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실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된 청년 정책을 내놓기로 했다. 청년층 1200여명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실제 이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패키지를 구성하려 노력한 것이 특징이다.
정부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개최한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확정 발표한 ‘청년 희망사다리 강화방안’을 보면, 정부는 먼저 청년층이 뛰어들 만한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기 위한 생태계를 조성하기로 했다.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반려동물 훈련 전문가, 암환우 뷰티관리사 등이 대표적이다. 민간 수요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직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신직업 메이킹 랩’을 설치해, 청년의 아이디어와 교육 프로그램을 결합하고, 기업 수요와 연계해 취업·창업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창업 지원도 확대된다. 우수 청년 초기 창업자에게 연 2.0% 고정금리로 최대 1억원을 빌려주는 청년전용창업 융자 사업의 규모를 내년 300억원 늘린 1600억원으로 확대한다. 또 모태펀드 추가 출자를 통해 1천억원 규모의 신규 청년창업펀드도 조성한다. 외식 창업 희망 청년이 임차료 부담 없이 실전 경험을 할 수 있는 ‘청년키움식당’의 규모를 늘리고, 정보통신기술(ICT)을 농업에 접목한 스마트팜에 청년 취·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구축할 예정이다.
청년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지원도 활발해질 예정이다. 고졸자가 기업에 취직한 뒤 대학에 진학할 때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는 ‘선취업 후장학금’ 제도의 혜택을 기존 중소·중견기업(등록금 전액)에서 대기업(등록금 반액)까지 확대하고, 중소·중견기업에 취업을 희망하는 대학생에게 등록금과 취업준비금 200만원을 지원하는 ‘중소기업 취업연계 장학금’도 내년부터 수혜 대상을 확대한다.
또 사회생활 초기 가장 큰 불안감을 느끼는 주거 부문에서는 입지를 중시하는 청년층의 요구를 반영해 임대주택을 추가 선정할 방침이다. 현재 영등포 선거관리위원회 부지, 옛 부산남부경찰서 등을 활용해 공공청사 및 임대주택의 복합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데, 여기에 서울 종로구 선거연수원과 영등포구 대방동 관사 등을 후보지로 추가할 계획이다. 이들 부지는 서울 광화문 및 여의도 등 도심지와의 접근성이 높다.
또 올해 하반기부터는 주택구매 및 전세자금 대출을 저리로 이용할 수 있는 신혼부부 인정 기간을 결혼 후 5년에서 7년으로 늘리고, 취약계층 청년 등을 대상으로 한 전세임대 우대금리를 신설해 기존 정책금리(1.0~2.0%)보다 최대 0.5%포인트까지 이자 부담을 낮출 예정이다.
사회 진출 초반 ‘약탈적 대출’에 빠진 청년들이 회생할 수 있도록 돕는 청년·대학생 햇살론도 내년에 재출시된다. 생활대출 및 고금리 대출 전환용으로 연 4.5~5.4% 금리의 자금을 최대 1200만원까지 지원하는 상품이다. 이 상품은 올해 1월까지 9만여명이 이용했으나, 보증한도가 소진돼 운영이 중단된 상황이다. 또 차상위계층(중위소득 50% 이하) 청년의 목돈 마련을 돕기 위해 청년이 본인 저축시 근로장려금을 매칭해 적립하는 청년저축계좌도 2020년 신설될 예정이다.
홍 부총리는 “최근 청년 고용률이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청년 고용상황이 일부 개선되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취업 준비생이 70여만명에 이르는 등 체감 고용 여건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번 대책으로 모든 어려움이 한 번에 해소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청년들의 삶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하며, 앞으로도 관계 부처가 힘을 모아 관련 대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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