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고소득자는 증세…더 걷는 만큼 기업 세금은 깎아주기

등록 2019-07-25 21:33수정 2019-07-25 21:42

2019년 세법개정안
근로소득공제 1인 2천만원 제한
고소득자 ‘핀셋 증세’로 세원 균형
법인 투자세액공제 1년 확대 시행
신기술 R&D 세제혜택도 큰폭으로
대기업 감세 효과 5년만에 처음
투자 활성화로 이어질지 미지수
전문가 ”복지 수요 등 대처 역부족”
기획재정부가 25일 발표한 ‘2019년 세법개정안’은 급격한 경기 하방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 평가할 만하다. 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한 법인세 감면과 재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세원 발굴이 절묘한 균형을 이뤘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선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핀셋 증세안’을 내놨다. 근로소득공제에 한도를 신설해 고소득자의 소득공제를 제한하고, 기업 임원의 퇴직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먼저 1인당 2천만원의 근로소득공제 한도를 두기로 했다. 기존에는 총급여 1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도 2%씩 무제한 소득공제가 가능했지만, 한도를 신설한 것이다. 정부는 총급여 3억6250만원을 넘어서는 고소득자 2만1천여명(2017년 기준)이 공제한도의 적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통한 근로소득세 증세 효과는 연간 640억원으로 추산됐다. 정부는 또 기업 임원의 퇴직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기로 했다. 그동안은 퇴직금 가운데 일정 비율을 세율이 낮은 근로소득으로 간주해 줬는데, 그 범위를 좁힌 것이다.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증세 효과는 해마다 360억원에 이른다. 두 제도 개편을 통해 향후 5년간 5천억원 남짓의 세원을 추가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이렇게 끌어모은 세원 발굴의 효과는 법인세 감면에 ‘몰빵’ 투자될 예정이다. 정부는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율을 기존 대·중견·중소기업 각각 1·3·7%에서 2·5·10%로 1년간 확대하기로 했다. 이 세액공제 확대로 인한 법인세 감면액만 5320억원에 이른다. 정부는 또 신성장·원천기술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 적용도 확대해주기로 했다. 일본 수출규제 등 대외여건 악화에 대응하고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한 방편인 셈인데, 정부는 그 대가로 2021년 법인세수가 6604억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소득자에 대한 조세 감면 축소로 기대할 수 있는 5년간의 증세 효과를 기업에 몰아주는 셈이다.

그러나 투자 활성화를 위한 각종 거시정책 조합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가운데, 수천억원 규모의 법인세 감면으로는 기업의 투자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세계 경제의 퇴조 속에서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과감한 재정 투입과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기재부는 익숙한 정책을 계속 동원하는데, 수천억원대 감세로 기대 효과를 거두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세액공제의 효과가 대기업에 돌아가는 점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이 시행되면 향후 5년간 대기업에 2062억원의 감세 효과가 돌아갈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세법개정안을 발표할 때마다 ‘대기업·고소득층’, ‘서민·중산층’ 등으로 계층을 나눠 세 부담이 어디에 귀속되는지 밝혀왔는데, 대기업에 감세 효과가 나타난 것은 박근혜 정부를 포함한 최근 5년여 동안 이번이 처음이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법인세 감면의 효과는 기본적으로 최저한세 제한에 묶인 중소기업보다 법인세 납부액이 큰 대기업에 돌아가기 마련”이라며 “불과 2년 전 법인세 최고세율을 신설한 정부가 한시적으로 세액공제를 늘려봤자, 기업 입장에서 안심하고 투자를 해도 되겠다는 확고한 신호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짚었다.

세수 결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부진한 기업 실적이 법인세에 반영되는 내년부터는 세수 호황을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인해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1405억원과 4441억원의 감세 효과까지 발생하기 때문이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경제학)는 “지난해 2조5천억원 규모의 감세안을 발표해 이명박 정부 이후 10여년 만에 대규모 감세 정책을 펼친 것에 비하면 올해는 그나마 세수중립적인 세제 개편안을 내놓은 것”이라면서도 “경기 부진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겠지만, 앞으로 늘어나는 복지 수요 등을 대처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유보돼 있는 기업 투자를 앞당기기 위해 법인세 세액공제를 한시적으로 늘린 것”이라며 “세입 기반 확보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며 감세 기조로 돌아섰다고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노현웅 이경미 기자 golok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