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퇴직 간부들을 조직적으로 대기업에 재취업시키는데 공모한 혐의로 기소됐던 신영선 전 공정위 부위원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조용현)는 26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신 전 부위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신 전 부위원장은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재판부는 무죄 선고 이유에 대해 “신 전 부위원장이 퇴직자 재취업과 관련해 단순히 보고를 받은 것을 넘어 이에 관여하고 자신의 의사를 반영할 권한 및 실질적 의사결정권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단순히 객관적 절차에 대해 인식하고 공정위 결재하는 라인에 있었다는 것만으로 공범으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받지 않고 중소기업중앙회 감사직에 취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지철호 현 부위원장에 대해서도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노대래ㆍ김동수 전 위원장에 대해서도 공정위 외부 인사라서 이런 재취업 관행을 잘 몰랐다는 점을 들어 1심에 이어 무죄를 선고했다.
신영선 전 부위원장과 지철호 현 부위원장이 2심에서 모두 무죄선고를 받으면서 검찰이 처음부터 무리한 기소를 했다는 공정위의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 부위원장이 중기중앙회 감사에 선임될 당시에는 공직자윤리법상 중기중앙회는 윤리위로부터 사전 취업승인을 받아야 할 기관이 아니었는데 무리하게 기소를 한 것”이라면서 “검찰이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을 때부터 검찰이 반성했어야 하는데 항소까지 했다가 2심에서도 무죄선고가 난 것”이라고 말했다.
퇴직자 재취업에 주도적 역할을 한 정재찬 전 위원장에게는 1심과 같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김학현 전 부위원장은 징역 1년6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김 전 부위원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신청한 보석도 이날 기각했다. 재판부는 “공정위는 경제활동 주체들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는 등의 책무가 있음에도 도리어 조직적 차원에서 공정위가 가진 영향력을 이용해 기업에 공정위 퇴직자를 위한 자리를 만들게 하고 이를 관리했다”고 설명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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