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1일(현지시각) 연방기금 금리를 0.25%포인트 내리자, 금융시장에선 금리 인하 폭에 큰 실망을 나타냈다. 연준이 올해 추가로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가 약해지면서 실망 매물이 쏟아져 뉴욕증권거래소 다우존스지수는 1.23% 급락한 2만6864에 거래를 마쳤다. 외환시장에서는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
연준은 30~31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통화정책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금리(FFR)를 기존 연 2.25~2.50%에서 2.00~2.25%로 내렸다. 연준은 또 9월 말로 예정한 보유자산 축소 종료 시점을 2개월 앞당겨 시중의 달러 유동성을 회수하는 ‘양적 긴축' 정책도 조기에 종료하기로 했다.
연준의 이번 금리 인하는 2008년 12월 이후 10년7개월 만의 일이다. 연준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문제로 투자은행들이 부실해지면서 금융위기가 확산되자 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낮추고 양적완화 정책을 폈다. 위기를 수습하고 경기가 호전되자 2015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는 금리를 인상했다. 연준은 이번 조처로 금리 인상 기조를 일단 마감했다. 그러나 이번 금리 인하는 경기 후퇴에 맞서 본격 경기부양책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 경제는 2009년 시작된 경기 확장이 7월로 121개월째 접어들어 사상 최장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연준은 미-중 무역마찰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에 직면해 있었다. 실제로 2분기 설비투자는 3년 만에 전기 대비 마이너스였다. 시장 금리의 큰 폭 하락,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도 연준에 압력으로 작용했다.
지난 6일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파월 의장이 “연방기금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 금리 인하가 기정사실이 된 뒤, 그동안 시장의 관심은 금리 인하의 폭에 쏠려 있었다. 0.25%포인트 인하 결정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예상보다 덜 비둘기파였다’는 것이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위원 10명 가운데 8명만 찬성하고 2명은 인하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은 이번 금리 인하를 향후 경기의 불확실성에 대비한 ‘보험적 측면’의 인하라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경기 순환 중간에서의 조정”이라며 “장기적인 금리 인하 국면에 돌입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개시장위원회 회의 결과가 발표된 뒤, 미국 선물시장에서는 ‘연내에 연준이 추가로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전날 87%에서 38%로 급락했다. 달러는 유로, 엔에 견줘 곧바로 강세를 보였다. 1일 한국 외환시장에서도 달러값이 5.5원(0.46%) 오른 1188.5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 증시에서는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코스피지수가 7.21(0.36%) 내린 2017.34에 거래를 마쳤다. 1월4일 이후 7개월 만의 최저치다. 코스닥지수도 7.92(1.26%) 급락한 622.26으로 마감됐다.
연준의 금리 인하가 소폭에 그쳤지만, 미국 채권시장에선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은 ‘역전’ 상태가 해소되지는 않았다. 연내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은 약해졌지만, 향후 경기를 불안하게 보는 시각이 여전하다는 뜻이다.
미국에 앞서 금리를 낮춘 신흥국들은 자본 유출 불안에서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브라질은 이날 1년4개월 만에 정책금리를 연 6.0%로 0.5%포인트 인하했다.
정남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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