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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신세계 최 과장이 참외따고, LG 소 선임이 V50 분해한 이유

등록 2019-08-04 15:39수정 2019-08-04 20:19

‘대세’ 유튜브 기업마다 홍보 전쟁
20~30대로 팀꾸려 아이템 발굴하고
현장 체험·제품 분해 등 고군분투
V-log 등 유사 콘텐츠 속 차별화 고심
최기봉 신세계그룹 뉴미디어팀 과장이(오른쪽 둘째)이 2일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에서 명용진 이마트 와인 바이어(왼쪽 둘째)와 자사 유튜브 콘텐츠 ‘유통 대장정! 기봉이가 간다’를 촬영하며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최기봉 신세계그룹 뉴미디어팀 과장이(오른쪽 둘째)이 2일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에서 명용진 이마트 와인 바이어(왼쪽 둘째)와 자사 유튜브 콘텐츠 ‘유통 대장정! 기봉이가 간다’를 촬영하며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이 와인이 4900원이라는 거죠.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비결은 뭔가요?”(최기봉 신세계그룹 뉴미디어팀 과장)

“100만병 들여왔습니다. 그 만큼 팔 수 있단 생각이 들었고 퀄리티가 빠지지 않아요.”(명용진 이마트 와인 바이어)

“그럼 하반기 인사 고과 에이(A) 예약인가요?”(최 과장)

“제발!” (명 바이어)

2일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 신세계그룹 최기봉(36) 과장은 카트에 카메라를 달고 마이크를 찬 뒤 매장 구석구석을 탐색했다.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행사를 알리기 위해 유튜브 영상 촬영에 나선 것이다. ‘72개색 9900원 색연필’ 코너 앞에 도착하자 즉석에서 문구 담당 바이어를 호출했다. 헐레벌떡 달려온 바이어는 “향나무를 피나무로 바꿨다”며 제품 특징을 설명했다. 최 과장이 “아, 그럼 고급이네요?”라고 묻자 바이어는 “아니다, 피나무가 더 낮다”고 답했다. “색연필이 피나무냐 향나무냐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색이 잘 나오면 되죠 진짜 솔직히! 하지만 가격은 진짜 낮췄다!” 촬영장에는 대본을 없애는 대신 솔직함과 웃음을 무기로 채웠다. 유튜브에서는 이런 게 더 ‘먹힌’다.

기업들이 유튜브에서 소리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유튜브 홍보가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된 지는 한참됐다. 기업마다 하나 둘 조직을 꾸리더니, 본격적인 결과물들이 쏟아지고 있다. 주로 20~30대 직원들이 주축이 되어 차별화한 영상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요즘 대세는 ‘직원참여형’ 영상이다.

올해 입사 11년차인 최 과장은 지난해 10월 신세계그룹 뉴미디어팀에 배정된 뒤 지난 5월부턴 아예 유튜버로 변신했다. ‘유통 대장정! 기봉이가 간다’는 코너를 진행하며 이마트 등의 연계 현장을 발로 뛰며 영상에 담는다. 경북 성주 밭에 가서 유기농 참외를 따고 구미에 가서 ‘100g 100원’ 감자가 가능했던 이유를 파헤치는 식이다. 지난 26일엔 에스에스지닷컴(SSG.COM)이 시작한 ‘새벽배송’을 체험했다. 뉴미디어팀은 총 6명인데, 팀장을 빼곤 모두 20~30대다. 최 과장은 “이제 5편 찍었는데 점차 조회수가 올라가니까 현업 부서에서 ‘우리 상품도 다뤄달라’고 제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엘지(LG)전자는 지난 5월부터 제품을 분해해 보여주는 ‘뜻뜯한 리뷰’를 시작했다. 유튜브에서 언박싱이나 제품 분해는 인기 콘텐츠다. 엘지전자는 제품을 만든 엔지니어들이 직접 드라이버를 들고 나와 ‘자식같은’ 제품을 ‘제 손으로’ 해부한 뒤 소개하는 아이템을 기획했다. 스마트폰 V50씽큐를 뜯어보곤 전자파를 인체에서 최대한 떨어뜨리려 5G 안테나를 아래 쪽에 뒀고, 열을 분산시키기 위해 내부를 섬세하게 설계했다고 설명해준다.

영상엔 엘지전자 특유의 ‘공대 감수성’이 담겨있을 뿐 아니라, 사원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재미도 있다. V50 하드웨어 개발자는 갈색 가죽점퍼에 청바지를 입고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고, 카메라 개발자들 인터뷰 영상에선 반바지 차림도 볼 수 있다. 엘지는 지난해 9월부터 자율복장제를 실시하고 있다.

▶LG전자 ‘뜻뜯한 리뷰’ V50 씽큐편(https://www.youtube.com/watch?v=zhtvdUJ60wQ)

영상 제작을 맡고 있는 엘지전자 소셜미디어팀 소지섭(39) 선임은 유튜브 세상에서 30대 마지막을 불태우고 있다. 언론 홍보팀에 있다 최근 자리를 옮긴 소 선임은 “기존엔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해 제품을 알렸다면 지금은 온라인이라는 가상 공간에 콘텐츠를 올려놓고 일반 소비자의 평가를 실시간으로 받고 있는데, 이게 쫄깃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비투비(B2B·기업간 거래) 기업에게도 요즘 유튜브가 필수다. 두산은 지난 6월부터 ‘회장이 자주 찾는 1만원대 맛집’을 소개하고 있다. 직원들이 두산 본사가 위치한 서울 동대문 인근을 찾아다닌다. 커뮤니케이션팀 김지향(30) 대리는 “비투비 회사라 소비자가 어렵게 느낄 수 있어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고민했다”며 “일반 유튜버들과 차별화한 맛집 콘텐츠를 기획하다 ‘회장님’과 ‘회사 근처’를 키워드로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업 커뮤니케이션 채널 중에는 삼성전자 뉴스룸(22만명), 에스케이(SK)하이닉스(21만명)가 구독자 수 등에서 앞서간다. 하이닉스가 반도체를 본사가 위치한 이천의 특산품으로 표현한 광고 영상의 경우 유튜브 조회수가 3개월 만에 3000만건을 넘어섰다. 요즘엔 ‘웹드라마’ 제작이 또 유행이다. 직원들이 일상을 찍어 보여주는 브이로그(V-log) 등 유사 콘텐츠가 많고, ‘프로’ 유튜버에 비해 표현에 한계가 있거나 제작이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점은 고민거리다. 한 그룹 관계자는 “젊은 직원들을 배치했는데 기업 의사결정 특성상 ‘자유롭게 만들어보라’고 온전히 맡길 수만도 없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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