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도체 핵심 소재의 수출규제를 단행한 일본은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 통제·관리의 문제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경제보복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이런 주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한국의 전략물자관리 수준은 일본보다 높다. 국제안보 분야의 권위 있는 비영리 연구기관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2019년 전략물자관리지수(PPI) 평가’에서 한국은 17위에 올랐다. 일본은 19계단 낮은 36위에 머물렀다.
전직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 사찰관 등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국제안보에 관련된 과학과 정책 이슈를 대중에게 알려온 이 연구소는 각국 전략물자관리 체계를 지속적으로 점검해온 민간기관이다. PPI 평가는 2017년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다. 올해는 이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적용하고 강화된 평가 체제를 갖췄다고 연구소 쪽은 밝혔다.
평가 항목은 모두 5가지, 총점은 1300점이다. 전략물자 확산에 필요한 자금을 막는 능력인 ‘확산 자금 차단’과 실제 행동에 나서는 ‘집행력’에 가장 높은 배점인 400점을 각각 부여했다. 전략물자 이동의 ‘감시·적발 역량’과 관련 법규가 200점씩이다. 국제사회의 확산 방지 노력에 참여하는 정도에는 100점이 배정됐다.
한국은 897점을 얻어, 첫 평가인 2017년(32위)보다 순위가 15계단 뛰어올랐다. 반면 일본은 818점으로 7계단 후퇴했다. 한국과 일본은 국제사회 참여와 감시·적발 역량에선 동점을 받았다. 한국이 법규와 자금 방지 항목에서 훨씬 높은 점수를 얻었고, 일본은 집행력에서 조금 나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가장 강력한 체계를 갖춘 나라는 역시 미국이다. 1019점을 얻어 연속 1위를 차지했으나 이번에는 점수가 조금 떨어졌다. 미국은 자금 방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감시·적발과 집행력에서 앞선 2위 영국을 1점 차로 따돌렸다. 스웨덴은 법규 항목에서 200점 만점을 받았고, 오스트레일리아와 오스트리아는 국제적 참여 항목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국제사회 제재를 계속 위반해온 북한은 평가 대상 200개국 가운데 꼴찌였고, 총점이 마이너스로 집계됐다.
박중언 〈이코노미 인사이트〉부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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