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기획재정부 차관이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9-2023 국가재정운용계획 공개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발표를 앞두고 개최한 토론회에서 저금리 덕분에 국가채무 규모를 더 늘려 확장재정을 펴도 된다는 주문이 나왔다. 국민연금 등 사회 보장성 부담이 증가하는 추세여서 증세는 신중히 해야 한다고 했다. 기재부도 이 자리에서 내년도에도 확장재정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2019~2023 국가재정운용계획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기재부가 9월 초 발표하는 내년도 예산안과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앞서 전문가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토론회에서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이 ‘2019~2023 혁신적 포용국가를 위한 재정정책 방향’을 주제로 총괄 발표했다. 김 원장은 “국민연금 적립금은 장기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이고 국가부채 (이자) 부담은 하락 추세다. 이를 재정정책 기조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낮은 국채 이자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의 설명을 들어보면, 국채 이자비용이 2008년에는 국내총생산(GDP)의 3%에 육박했지만, 세계적인 저금리 현상으로 지난해는 1% 초반으로 떨어진 상황이어서 정부의 실질적인 이자 부담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국가채무 비율을 국내총생산 대비 40%를 넘느냐 마느냐 논쟁이 있는데, 이자비용을 따지면 55% 정도 돼도 (이자) 부담이 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가부채를 늘려도 낮은 이자 부담 덕분에 재정 건전성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지난해 국가채무 비율은 국내총생산 대비 35.9%다.
김 원장은 증세 문제와 관련해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 부문의 국민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하면 별도의 증세는 신중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 입장에선 국민연금·건강보험 등이 사실상 세금 역할을 한다. 사회보장 부문의 국민부담 증가는 필요하고, 제도적으로도 불가피하게 늘어날 것”이라며 “사회보장기여금과 조세부담을 동시에 인상하는 건 불필요하고 경제에 부담된다”고 말했다. 다만 부동산 관련 세금이나 상속·증여세 등 ‘지대’ 과세는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중장기적으로 국민의 조세부담률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국가부채 수준을 점진적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온 고정안 기획재정부 재정전략과장은 “매년 20조원 미만인 정부의 이자지출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고 채무를 늘리는 방향으로 제안을 주신 듯하다”며 “재원 마련 방안을 장기적으로 검토해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은 토론회 축사에서 “성장 동력이 약화하는 상황에서 일본 수출규제, 미-중 무역갈등 확대가 겹쳐 대내·외 경제여건이 엄중한 시기다. 내년에도 적극적인 재정운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 차관은 “혁신과 포용의 적극적인 재정운용은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전제될 때 가능하다”며 “불요불급한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 세원 투명성 제고, 고액·상습체납자 관리 강화, 불필요한 지출 단절 등을 통해 재정 여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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