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제조업의 미국 회귀’를 주장한다. 그렇게 해서 미국의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압력에 밀려 여러 나라의 기업이 미국에 생산공장을 짓거나 앞으로 짓기로 했다. 그러나 영국에서 유럽으로, 미국으로, 일본으로, 이어 중국으로 이동한 세계 제조업 중심 기지가 다시 미국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은 “허브로서 중국의 성격엔 변함이 없고, 다만 중국이라는 공장의 성격이 달라질 뿐”이라고 했다. 양 소장을 지난 9일 만났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했다. 미-중 대결 양상이 달라지는가?
“미국이 나중에 쓸 카드를 너무 일찍 꺼낸 것 같다. 환율 조작국 지정은 상계 관세 부과의 근거로 삼을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자본시장 개방 압박 카드다.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협상에 자본시장 개방 문제가 추가되면 협상 타결이 훨씬 어려워질 수 있다. 트럼프가 장기전으로 가는 것 같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려(환율을 올려),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카드를 약화시키려 한다는 건 사실일까?
“중국은 예전부터 환율로 관세를 방어할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다. 환율의 안정을 바랐다. 중국은 환율 전쟁으로 번지는 것을 피할 것이다.”
―무역 협상은 한때 타결될 것 같더니 요즘은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다.
“미국이 140여개 요구 리스트를 제시했을 때 류허 중국 부총리는 ‘40%는 당장도 들어줄 수 있다. 또 40%는 들어줄 수 있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20%는 들어주기 어렵다’고 했다. 지금은 미국이 90%가량 만족할 만한 수준, 중국은 95%가량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 의견이 접근했다. 그러나 중국이 ‘주권 침해, 존엄 훼손’은 절대 안 된다고 해서 타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국은 이른바 ‘발전권’을 훼손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협약 위반에 미국이 제재를 가하는데 중국은 아무것도 못하게 하는 조항은 국가 주권 침해라고 본다. 그런 협약에 서명하면 시진핑 주석의 존엄이 훼손되니 못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를 인정하고 일단 타결지을 수도 있었을 텐데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은 것 같다. 미국의 목적이 단지 무역수지 개선이었다면 관세 전쟁을 벌이고 협상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겠지만, 이건 패권 전쟁이다. 환율 전쟁, 기술 패권 전쟁이 포함된 경제 전쟁인데다 미국의 석유패권과 중국의 자원 안보, 위안화 국제화 문제도 걸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대결을 선거에 최대한 유리하게 활용하려고 할 것이다.”
―미국의 무역 관련 요구를 중국은 어떤 태도로 받아들이고 있는가?
“중국은 개혁·개방을 시작한 지 40년 됐다.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지도 20년 됐다. 중국의 주류는 미-중 마찰을 제2의 세계무역기구 가입처럼 생각한다. 개혁·개방을 시작한 지 오래됐지만 여전히 이해집단 때문에 개혁이 안 되는 곳이 있다. 미-중 협상을 개혁에 이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너무 무리한 요구는 못 받아들이지만.”
―미국은 무역수지 불균형을 해소하라고 요구한다.
“중국이 미국에서 사줄 수 있는 것은 농산물, 에너지 등으로 한계가 있다. 생산기지가 미국으로 이전되지는 않는다. 밸류체인의 변화는 무역 협정으로 컨트롤할 수 없는 것이다. 중국은 지금 정보통신기술(ICT)의 중심국가다. ‘허브 중국’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중국이 부품·소재와 중간재를 사다 완성품을 조립해 파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미-중 무역 협상이 타결되면 우리나라엔 어떤 영향이 올까?
“중국 시장에서 미국과 우리나라가 겹치는 게 별로 없다. 석유화학, 반도체 정도가 겹친다. 미국 제품이 우리 것을 대체하는 것은 부정적 영향이지만, 중국의 제도 개선과 투명성 확대로 투자 환경이 좋아지고 투자 기회가 늘어날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동안 중국을 제3국 수출을 위한 생산기지로 주로 생각했다. 중국에서 가공무역을 하는 것은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지만, 중국이라는 큰 시장은 그대로 있다.”
―중국의 자본시장 개방은?
“점진적으로 바꿔가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제2의 플라자 합의’ 차원에서 접근할까봐 우려도 한다.”
―기술 패권 전쟁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에도 화웨이 5G(5세대 통신)를 쓸지 말지 선택하라고 요구한다.
“압력에 밀려서가 아니라 우리 필요에 따라 선택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밸류체인이 미국 중심으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면 모르지만, 그렇지는 않다. 우리의 필요를 설명해야 한다. 이탈리아가 유럽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과 일대일로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미국이 항의하자 이탈리아 총리는 ‘미국은 친구이고, 중국은 고객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친구 때문에 고객을 버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정남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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