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6일 충남 아산에 위치한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을 방문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 사건에 대한 대법원 선고를 사흘 앞둔 26일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을 방문하며 이른바 ‘현장 경영 행보’를 이달 들어서만 네번째로 이어갔다. 이 부회장은 ‘위기’를 강조하며 “신기술 개발”을 주문했다. 삼성전자는 “미래 기술 투자 당부를 위한 현장 방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이 부회장이 충남 아산의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을 방문해 중장기 사업 전략을 점검하고 대형 디스플레이 로드맵 등 신기술 전략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이 자리에서 “위기와 기회는 끊임없이 반복된다”며 “지금 엘시디(LCD) 사업이 어렵다고 해서 대형 디스플레이를 포기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다가올 새로운 미래를 선도해야 한다”, “기술만이 살 길이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삼성전자는 덧붙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형 엘시디 패널 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최근 중국산 저가 제품의 시장 확대로 일부 생산라인의 감산을 검토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는 “수익성 악화가 심화되는 시장 상황 속에서도 고군분투하는 임직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미래 혁신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당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의 현장 방문 행보는 이번 달 들어서만 네번째다. 앞서 지난 6일 삼성전자 충남 온양사업장과 천안사업장, 9일 경기도 평택사업장, 20일 광주사업장을 방문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의 잇단 현장 방문 공개를 두고 재계에서는 일본의 수출 규제 등 대내외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본인의 존재감을 강조하려는 취지로 해석한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쪽에 제공한 승마용 말이 뇌물에 해당되는지에 따라 뇌물공여 액수가 달라지고, 집행유예 선고 여부가 갈린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개명 뒤 최서원)의 2심 재판부는 뇌물로 봤지만 이 부회장의 2심 재판부는 뇌물로 보지 않으면서 판단이 엇갈렸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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