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6일 충남 아산에 위치한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을 방문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지난해 2월5일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심에서 뇌물공여와 횡령 등 혐의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이후로 1년6개월 동안 이 부회장의 행보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석방 뒤 한동안 잠행하던 이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한 건 지난해 7월9일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뒤였다. 문 대통령은 삼성전자 인도공장 준공식에 참석하며 ‘석방된’ 이 부회장과 처음 대면했다. 이후 8월8일 삼성그룹은 “3년간 18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부회장이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과 간담회를 한 뒤 이틀 만이었다. 이 부회장은 그해 9월18~20일 다른 재벌 총수들과 함께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했다.
올해 들어서는 부쩍 바빠졌다. 1월 초부터 ‘시스템 반도체’를 화두로 던지며 빼곡히 일정을 채웠다. 특히 정부가 적극적으로 이 부회장과 보폭을 맞췄다. 1월10일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를 만나 “시스템 반도체 등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고, 청와대를 방문한 15일에는 비메모리 분야에 대한 의지를 묻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비메모리 경쟁력”을 다시금 강조(3월19일)하고 정부가 비메모리 반도체를 3대 중점 육성 산업으로 선정(4월22일)하자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비메모리 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하겠다”(4월24일)고 밝히며 쌍방 의지를 주고받았다. 정점은 4월30일 찍었다. 문 대통령이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삼성전자의 국내 사업장을 방문한 건 처음이었다. 이 부회장이 석방된 뒤 7번째 만남이었다.
이 부회장의 대외 행보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및 증거인멸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주춤하는 듯했다. 특히 지난 6월 삼성전자 ‘재무통’ 부사장 등 주요 임원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로 수사 방향이 모아지면서 이 부회장에게 ‘제2의 위기’가 찾아왔다는 평가가 나왔다. 삼성전자는 6월 이 부회장의 ‘투자 의지’를 강조하는 참고자료를 잇따라 이례적으로 발표하며 존재감 과시를 도모했지만 ‘공장 바닥 증거인멸’ 등이 부각되면서 여론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을 다시 ‘바쁘게’ 만든 것은 뜻밖에도 외교·통상 이슈였다. 일본은 지난 7월1일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를 공식화하며 고순도 불화수소 등 반도체 소재를 그 대상으로 꼽았다. 이 부회장은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는 한편 7월7일 대책 마련차 일본으로 출국하며 국민적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일본 주요 소재기업을 만나려 했으나 대부분 방문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들어서는 ‘위기’를 부각하며 계열사 방문 등 네차례의 ‘현장 행보’를 공개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 라이브 | 뉴스룸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