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조국 “사모펀드 불법이면 신고했겠나”…약정액 등 해명은 미흡

등록 2019-09-02 22:46수정 2019-09-03 09:44

조국 사모펀드 논란

75억 약정 왜
“애초에 10억 투자한다고 밝혀”
전문가 “이면합의땐 위법 될수도”

5촌 조카가 소개
“주식전문가인 5촌 조카와 상의
그가 어떤 역할 했는지는 몰라”

투자사 수주 논란
“관급공사에 일체 개입하지 않아
해당회사 과거 실적 더 많은적 있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블라인드 펀드’ 운용 현황 보고서를 보여주며 설명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블라인드 펀드’ 운용 현황 보고서를 보여주며 설명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2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가족의 사모펀드(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운용사의 블루코어밸류업1호) 투자 논란에 대해 “불법이라면 아예 신고를 안 했거나 이미 정리하지 않았겠느냐”며 결백을 호소했다. 또 펀드에서 투자한 회사의 실적이 급성장했다는 야당의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실제 재무자료를 제시하며 반박했다. 하지만 출자약정액과 실제 투자액이 차이가 나는 이유와 ‘블라인드 펀드’라도 투자처를 나중에 알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 어디에 어떻게 투자했는지 몰랐다”는 기존 해명을 되풀이했다. 5촌 조카가 펀드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로 밝혀질 것”이라고 답변했다.

■ 74억 약정해놓고 왜 10억만 투자했나

문제의 사모펀드에 74억5천만원을 출자하기로 약정해놓고도 실제로는 10억5천만원만 투자한 이유에 대해 조 후보자는 은행 마이너스 통장에 비유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약정액은 마이너스 통장이나 신용카드 한도액처럼 설정해놓은 금액을 다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는 “운용사가 애초에 저희 가족이 10억 정도만 투자한다고 했고 추가적인 투자금 요청(캐피털 콜)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 후보자 일가의 연관성과 무관하게 운용사의 ‘불법 행위’는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운용사가 처음부터 추가 출자 의사가 없었는데도 약정 금액을 높여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면 ‘허위보고’로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한다. 또 운용사가 조 후보자와 같은 유력 인사의 가족이 거액을 투자할 것이라는 점을 내세워 다른 투자자들의 펀드 출자를 부추겼을 것이라는 의혹도 남아 있다.

사모펀드는 등록할 때 금감원의 심사를 받는데 이때 정관을 제출한다. 해당 사모펀드의 정관을 보면 ‘출자약정금은 취소불능조건부로 출자이행을 확약한 총액’이라고 규정하면서도 ‘납입출자금은 출자의무를 이행해 실제 납입한 금액을 말한다’고 돼 있다. 한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는 “만약 정관에 없는 이면약정으로 출자약정금을 특정 금액 이하로만 납입하기로 합의하고 정관에는 달리 기재할 경우 자본시장법 위반뿐 아니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면합의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는 “금감원이 이 문제의 불법 여부를 밝혀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펀드에 두 자녀 명의로 5천만원씩 투자한 것에 대해 조 후보는 “먼저 아이들에게 세법상 허용되는 증여를 했고 그 돈을 사모펀드에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년 자녀에 대해서는 5천만원까지 증여세가 면제된다.

■ 5촌 조카와 ‘블라인드 펀드’ 논란

당시 실적이 보잘것없었던 신생 운용사에 거액을 투자한 이유에 대해 조 후보자는 “처도 전문투자자가 아니어서 5촌 조카의 조언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 5월 청와대 민정수석이 된 뒤 개별 주식을 보유할 수 없지만 사모펀드를 포함해 펀드 투자는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그래서 주식 전문가인 5촌 조카에게 물어봤더니 자기와 아주 친한 사람이 이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고 소개해줘 처가 가입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후보자의 5촌 조카는 주식 투자 관련 책을 쓰고 ‘조 선생’이라는 필명으로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기도 했다.

조 후보자는 당시 사모펀드에 대해 전혀 무지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분명히 말씀드리는 건 저나 제 처는 이 펀드가 어디에 투자하는지, 어떻게 운용되는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민정수석 취임 뒤 재산신고를 이미 세차례나 했다”며 “만약 (사모펀드 투자가) 불법이라고 생각했다면 신고를 아예 안 했거나 팔아버리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5촌 조카가 이 사모펀드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에 대해서는 “5촌 조카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저도 모른다. 해외에 나가 있다고 하니 지금이라도 하루빨리 귀국해 검찰 수사에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펀드의 운용 현황을 보고받고 어디에 투자했는지 알았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조 후보자는 투자처를 알 수 없는 ‘블라인드 펀드’임을 내세웠다. 그는 해당 펀드 운용보고서로 보이는 서류를 꺼내 보이며 “(블라인드) 펀드의 방침상 투자 대상에 대해 알려줄 수 없고, 상세 내용에 대해서도 어디에 투자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고 나와 있다”고 답변했다. 블라인드 펀드는 투자내역을 알려주지 않는 펀드가 아니라 투자처를 미리 정하지 않고 우선 자금을 모집하는 펀드를 가리킨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도 “블라인드 펀드의 투자내역 보고 여부는 법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고, 사모펀드 정관에 따르면 된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의 처남이 동일한 사모펀드에 투자했고 이 펀드 운용사의 주주로도 올라 ‘블라인드’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은 충분히 소명되지 못했다. 투자와 운용의 칸막이가 무너져 내부정보를 이용한 개입 등이 이뤄진다면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는 “처남이 제 처의 돈을 빌려서 0.99%의 (운용사) 지분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됐다”며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본다”고만 말했다.

■ 펀드 투자회사 관급공사 수주 공방

조 후보자 가족이 가입한 펀드에서 투자한 회사(웰스씨앤티)가 관급공사를 잇달아 수주한 데 대해 조 후보자는 “관급공사에 일체 개입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은 뒤 “이 문제는 검찰 수사를 통해 다 확인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야당은 가로등 자동점멸기 생산업체인 웰스씨앤티의 납품 금액이 2016년 9억원에서 2017년에는 약 12억원으로 늘어났고, 2018년에는 17억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며 여기에는 민정수석실의 위세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조 후보자는 해당 회사의 10년간 실적 그래프를 보여주며 “과거에 이 회사 매출 등이 더 많았던 적이 있었다”고 반론을 폈다. 야당이나 일부 언론이 기간을 의도적으로 좁혀 실적 추이를 왜곡했다는 것이다. 실제 야당이 제시한 이 회사의 실적을 봐도, 앞선 2015년 매출(20억4600만원)이 조 후보자가 민정수석이었던 2017년(17억6천만원)보다 컸고, 2015년 영업이익(5억9100만원)은 2018년(1억5400만원)보다 훨씬 많았다. 또 조 후보자는 펀드 관련 회사들의 2차전지 사업 진출을 문재인 정부의 역점사업과 연관시킨 데 대해서도 이는 과거 정부에서부터 항상 강조해온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한광덕 박수지 기자 kdhan@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
◎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