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급격히 떨어져 지난 7월 마침내 마이너스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이럴 경우 아직은 안정적인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하락 압박을 받을 수 있다. 한국도 지난 7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2년9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떨어진 데 이어 8월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0.038%)로 사실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두 나라 모두 ‘디플레이션의 그림자’가 어른대면서 중앙은행들이 수요 진작을 위해 추가 통화 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8일 중국 정부 통계를 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다섯달 연속 올라가며 2% 중후반대에서 안정적이다. 지난 7월에는 식료품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9.1%나 상승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8%로 집계됐다. 그러나 생산자물가는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2017년 8~10월은 상승률이 전년 같은 달 대비 6% 수준이었는데, 지난해 11월 3%를 밑돌더니 올해 7월에는 -0.3%를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9일치로 발행한 ‘중국에도 드리운 D의 공포’ 보고서에서 “생산자물가 하락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하방 압력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최근 들어 미·중 무역분쟁으로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가 확대됐다. 수요측 디플레이션 압력이 동반된 물가 부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소비 진작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달 27일엔 ‘유통발전 가속화와 소비 촉진에 관한 의견’을 발표했다. 자동차 구매 제한을 완화·폐지하고, 야간 경제활동을 촉진하는 등 정책 수립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공급 최적화를 통한 소비의 안정적 성장 및 내수시장 육성방안’ 등 중국 정부가 올해 꾸준히 내놓고 있는 소비 촉진책의 연장선에 있다고 이날 <해외경제 포커스>에서 설명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통화 완화에도 나섰다. 인민은행은 자국 은행의 지급 준비율을 16일부터 0.5%포인트 내린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인민은행은 이 조처가 9천억 위안(약 151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줄리언 에번스 프리처드가 ‘인민은행이 내년 초까지 지급 준비율을 두 차례 더 낮추고, 시중금리를 0.75%포인트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7일 전했다.
매우 낮은 물가상승률은 국내에서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0.038%를 나타냈다. 생산자물가도 7월에 전년 동월 대비 0.3%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농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 올해의 유가 하락, 정부의 공공물가 안정책 등 공급 측면의 영향도 작용했지만, 소비가 부진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 자료를 보면, 소매판매가 6월에 전달보다 1.6% 감소했고, 7월에도 0.9% 감소해 두 달 연속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채권시장에선 7월18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한은이 10월16일 또는 11월29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에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오는 17~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이란 전망이 강하다.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은 지난 주말 현재 0.25%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을 91.2% 반영하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는 8월30일의 94.6%보다는 조금 낮아졌다.
정남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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