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LG)전자가 8일 공개한 광고. 자사 올레드 티브이(TV)와 삼성전자의 큐엘이디(QLED) 티브이를 대조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엘지전자 제공
엘이디(LED) 앞에 알파벳이 에이(A)에서부터 시작되더니 큐(Q)에서 길게 머문다. 그러면서 큐엘이디(QLED) 티브이(TV) 등은 엘지(LG) 제품을 “흉내낼 수 없다”, 엘지전자의 올레드(OLED) 티브이는 “차원이 다르다”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8일 공개된 엘지전자의 새 광고다. 큐엘이디 티브이는 삼성전자 대표 상품이다. 삼성전자와 엘지전자는 글로벌 티브이 시장에서 각각 1·2위를 지키고 있다. 온에어 광고에서 경쟁사 제품명을 띄우며 직격탄을 날리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이른바 ‘인화’(人和)의 엘지가 과감해졌다. 특히 그룹 주력 사업인 전자와 화학에서 적극적 면모를 보이고 있다. 엘지전자는 독일 베를린에서 6~11일 열리는 국제가전박람회(IFA)를 계기로 삼성전자에 대한 공세를 시작했고, 엘지화학은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관련 자사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지난 4월 소송을 제기한 뒤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동안 엘지의 경영 스타일은 삼성이나 에스케이에 비해 정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파에서 엘지는 ‘리얼(Real) 8K(8000)’로 홍보 열쇳말을 잡았다. 전시장에 아예 삼성전자 큐엘이디 티브이와 자사 티브이를 붙여놨다. 차세대 티브이 시장이 기존 4K(UHD)보다 4배 가량 더 선명한 8K 해상도 중심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가운데 ‘8K 화질’ 논쟁은 이번 이파에서 주요 화두가 됐다. 엘지화학은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소송을 낸 뒤 에스케이 쪽이 특허침해로 ‘맞소송’을 하자 지난달 30일과 3일 장문의 입장문을 내놓으며 여론전에서도 활발히 움직였다. 엘지화학은 특허침해에 대한 추가 ‘맞소송’도 검토중이다.
일각에선 지난해 6월 구광모(41) 회장 취임으로 이른바 ‘4세 경영’이 본격화한 뒤 그룹 분위기가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1월 베인앤컴퍼니코리아 대표 출신의 홍범식(51) 사장을 지주 경영전략팀장으로 영입하고 지난 3월 쓰리엠(3M)에서 신학철(62) 부회장을 엘지화학 대표로 영입하는 등 인력 운용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엘지는 ‘순혈주의’가 강해 그동안 외부 인력 영입에 신중한 편이었다. 사업 구조조정도 활발해지고 있다.
글로벌 경쟁이 격화하면서 주력 사업에 대한 새로운 모색과 위기 의식 등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8K는 티브이 시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고 배터리의 경우 미래 자동차의 핵심 기술인 만큼 개화하고 있는 시장에서 향후 기술 패권을 지키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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