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글 쓸 때도 사람이 먼저다
②‘대한’을 대하는 자세
③‘의’와 전쟁을 선언하라
④‘빵들과 장미들’이 어색한 이유
⑤ 갖지 말고 버리자
⑥ ‘것’을 줄여쓰라
⑦ 주어에 서술어를 응답하라
⑧ 쌍상에 맞춰 ‘응답하라’
⑨ 동사가 먼저다
⑩ 좋은 글은 ‘갑질’하지 않는다
⑪ 중언부언 말자
⑫
영어 번역투에서 벗어나자
⑬
일본식 표현 ‘적’을 줄이자
우리말에는 다른 단어에 들러붙어 뜻을 풍부하는 구실을 하는 ‘접사’가 있다. 접사 가운데 접미사는 어근이나 단어 뒤에 붙어 새 단어를 만든다.
접미사 가운데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 뒤에 붙어 느낌을 보여주는 게 ‘감’이다. 요즘엔 이 감을 남용한다. 행복감, 불행감, 불안감, 불만감, 초조감, 절망감…. 굳이 감을 넣어 쓸 필요가 없다. 감정을 나타나는 단어에는 감을 넣지 않는 게 낫다. 언론에서 자주 쓰는 말 가운데 ‘진정성’이 있다. 명사 ‘진정’(眞情) 뒤에 접미사 ‘성’(性)을 붙였다. ‘거짓 없는 참된 마음’을 뜻한다.
원래 진정성을 뜻하는 영어 ‘authenticity’는 그리스어 ‘authentikos’(진짜)에서 기원했다. 가짜가 많은 곳에서 진짜는 ‘원본’이나 ‘독창성’을 의미했다. 독창성을 담은 원본을 만드는 사람을 ‘작가’(author)로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작품은 ‘권위 있는’(authoritative)으로 의미가 확장됐다.
‘진정성’이란 말은 국어사전에 나오지 않는다. 진정성은 1990년 초부터 사람 입에 오르내렸지만, 지금도 그 뜻이 모호해 정치인이나 언론에서만 주로 쓴다. 분명 쓰이기는 하지만 뜻이 자리잡지 못한 채 방황하는 단어다.
‘근접성’ ‘친밀성’ ‘가독성’ ‘붙임성’처럼 접미사 ‘성’이 붙은 단어를 자주 본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성’을 ‘성질을 더하는 접미사’라고 정의한다.
“수월성 교육으로 학교 차별화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도 성이 붙은 단어가 눈에 띈다. ‘수월성’이다. 이 단어 역시 사전에 오르지 못했다. 우리말 ‘수월하다’는 ‘까다롭거나 힘들지 않아 하기 쉽다’는 뜻이다.
단어 뜻으로 보면, ‘힘들지 않고 쉽게 교육하는데 왜 학교 차별로 이어지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만큼 이 단어를 보고 직관적으로 의미가 떠오르지 않는다.
이 단어는 최근 만들어진데다 교육 분야에서 전문적으로 쓰기 때문이다. 수월성은 미국 교육정책에서 온 ‘Excellence in Education’에서 비롯했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엘리트 교육’이 된다. “엘리트 교육으로 학교 차별화가 이어지고 있다”가 정확한 표현이다.
이처럼 성은 필요 없는 곳에는 쓰지 않는 게 좋다. 성을 갖다 붙이면 의미 전달 ‘정확성’도 떨어진다.
접미사 ‘화’(化)는 ‘어떤 현상이나 상태로 바뀌는 것’ 또는 ‘어떤 일에 아주 익숙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화는 영어에서 동사를 명사로 만드는 접미사(~ization)에서 왔다. 화는 주로 명사 뒤에 붙지만, ‘강하다’란 형용사에 붙어 ‘강화’(强化)로 활용하기도 한다. 동사에 붙기도 하는데, ‘변화’(變化)는 ‘변하다’는 동사에 붙은 거다.
‘~화하다’는 딱딱한 표현이다. 꼭 필요한 경우 말고는 다른 자연스러운 말로 대체하는 것이 좋다. 정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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