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같은 달에 견줘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0.04%)를 기록하면서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져들 위험이 있는지를 두고 논의가 무성하다. 한국은행은 30일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농·축·수산물 가격의 일시적 기저효과 등으로 크게 낮아졌으나 연말께는 이러한 효과가 사라지면서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디플레이션과 거리가 멀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날 ‘주요국 물가하락기의 특징’이란 자료에서 “짧은 기간 동안 소비자물가가 하락하는 현상은 외국에서도 적지 않게 관찰되지만, 이는 물가 전반이 장기간 하락하는 디플레이션과는 뚜렷이 구분된다”며 이렇게 밝혔다.
한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과 홍콩, 싱가포르, 타이, 대만, 베트남 등 과거 물가가 하락한 적이 있는 아시아 5개국을 대상으로 물가지수를 분석했다. 1990년 1분기∼올해 2분기 중 소비자물가지수의 하락은 총 356차례 발생해, 전체 대상 시기의 7.4%에 이르렀다. 물가하락은 대체로 2분기가량 지속됐고, 물가 하락폭은 -0.5% 수준이었다. 하락 폭이 제한적이고 단기간 하락한 뒤 상승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한은은 “물가 하락은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 2000년대 후반 세계 금융위기, 2010년대 중반 유가 급락기를 전후해 많이 발생했다”며 “물가지수 전반에 걸친 지속적인 가격 하락으로 정의되는 디플레이션 현상은 일본 등 일부 국가에 국한됐고, 디플레이션 현상에는 대부분 자산가격 조정이 수반됐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과거 일본(1998년, 2009년), 홍콩(1998년)에서 물가 하락이 장기간 이어진 때는 소비자물가 대상 품목 가운데 50~70% 품목의 가격이 하락했지만, 최근 우리나라의 경우 하락 품목이 30% 이하인 것도 디플레이션과 다른 점이라고 덧붙였다.
정남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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