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성향의 경제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주관하는 토론회에서 보수와 진보의 이념적 갈등이 한국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는 쓴소리가 공통적으로 나왔다.
경총이 1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국가경쟁력 강화, 보수와 진보를 넘어선 제3의 길’ 토론회에서 김광두 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경제 정체는 동태적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우파와 공정·평등·정의 등 사회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좌파 간의 갈등이 민주주의라는 정치질서와 자본주의 시장경제라는 경제질서를 바탕으로 구조적으로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 전 부의장은 문재인 정부 전반기에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맡았으나, 정부 경제정책에 이견을 보이며 사임했다.
김 전 부의장은 “세계시장에서 경쟁국가들의 상대적 상황을 비교하지 않고 절대적 분배의 정의를 추구하면 국가경쟁력 약화, 경기침체, 하향 평준화 등의 부작용을 낳는다”며 “국가경쟁력을 유지하는 선에서 생존권, 상대적 빈곤 문제를 다뤄야 함께 잘 사는 경제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모두에게 성장의 혜택이 돌아가고 원하는 사람들이 모두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포용적 성장을 이루려면 교육·재훈련 기회 평등, 기업 간 기술·혁신 이전을 촉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사회적 가치 구현과 동태적 효율성 제고가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사회적 생산체제를 구축해야 하는데, 한국의 기초 여건을 고려할 때 독일식 체제가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손경식 경총 회장도 인사말에서 “정치·사회적으로 보수와 진보 간 대결로 경제가 이념에 발목을 잡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장도 토론에서 “서로 같이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찾고 동의할 수 있는 사실적 기반을 확립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결과의 불평등이 심하면 기회의 평등이 유지될 수 없고, 힘의 불균형이 심화되면 경쟁과정도 공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는 “한국 사회가 이처럼 갈라졌던 적이 없다는 지적에 동의한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경제발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제일 먼저 통합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사용자 이익을 대변하는 경총이 주최해 관심을 모았다. 김용근 경총 부회장은 “국내외의 복합적 요인에 의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현정부 정책 중 좋은 것은 유지하고 개선할 것은 바꾸기 위해서는 보수와 진보가 각기 진영논리만 고수해서는 안되고, 노와 사도 자기 이익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데 대다수 국민이 공감한다는 생각에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총은 사용자 이익 대변 단체로서의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적극적인 메시지는 내놓지 않았다. 손경식 회장은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기업 하려는 의지를 북돋을 수 있도록 기업 경영환경을 적극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법인세와 상속세 인하, 유연근무제 보완입법, 화학물질 등록·평가법(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등의 규제완화 등 기존 요구사항을 되풀이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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