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주에 대한 부당한 즉시 계약해지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는 BHC의 신제품 광고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가 치킨 프랜차이즈 2위 업체인 비에이치씨(BHC) 본사에 대해 부당한 ‘즉시 가맹계약 해지’ 혐의로 현장조사를 벌인 사실이 확인됐다.
2일 공정위와 비에이치씨 쪽 취재 결과, 공정위 유통정책관실은 지난 9월 말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비에이치씨(회장 박현종)의 본사 사무실에 조사관을 보내 부당한 즉시 가맹계약 해지 혐의로 현장조사를 벌였다. 비에이치씨 홍보실은 “조사받은 게 맞다”며 “공정위의 조사와 질문에 성실히 응했다”고 확인했다.
공정위가 가맹사업법상 부당한 즉시 계약해지 혐의로 조사하기는 처음이다. 또 조성욱 위원장 취임 뒤 확인된 첫 현장조사다. 조 위원장은 공정경제와 갑질근절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강조해, 이번 조사가 정책 의지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번 조사는 가맹점주 3명이 9월 말에 비에이치씨를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로 신고한 직후 이뤄졌다. 비에이치씨는 올해 8월 말 가맹점주 6명에게 가맹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3일 뒤 닭고기 등 핵심물품 공급을 전격 중단했다. 가맹점주들은 모두 가맹점주의 권익 보호를 위해 자주적으로 만든 가맹점주협의회의 간부들이어서, 협의회 활동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에이치씨는 4월에도 진정호 가맹점주협의회 회장에 대해 가맹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진 회장은 8월초 공정위에 비에이치씨를 신고했다.
가맹사업법에서는 가맹본부가 가맹계약을 해지하려면 2개월 이상의 유예기간을 두고 2차례 이상 사전통보를 해 가맹점주에게 자진시정의 기회를 주도록 하고, 다만 허위사실 유포로 가맹본부의 명성·신용을 뚜렷이 훼손해 가맹사업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하는 등 예외적 경우에만 즉시 계약해지를 허용하고 있다. 비에이치씨는 “협의회가 지난해 8월 광고비 부당 부과 등을 이유로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했으나 모두 무혐의 처분됐다”며 즉시 계약해지가 적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비에이치씨의 법위반 혐의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고 해서 가맹점주 주장이 허위라는 것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설령 허위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명성 훼손으로 가맹사업에 중대한 장애가 있어야 하는데, 비에이치씨의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많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또 “가맹사업법은 경제적 약자인 가맹점주의 권익 보장을 위한 것이어서, 예외적 조항인 즉시 계약해지 사유는 가능한 엄격히 해석하고 최소한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동부지법도 6월 초 진정호 협의회 회장이 비에이치씨를 상대로 제기한 ‘가맹점주 지위보전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상 즉시 계약해지 사유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진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는 비에이치씨의 즉시 가맹계약 해지가 협의회 활동에 대한 보복인지 여부도 함께 조사 중이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비에이치씨의 부당한 즉시 계약해지 혐의가 다뤄질 전망이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올해 국정감사에 비에이치씨 경영진을 증인으로 신청했다”며 “비에이치씨는 가맹점주협의회 간부들에 대한 무더기 계약해지로 가맹점의 권익보호를 위한 협의회 활동을 무력화시키는 보복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도 즉시 계약해지 사유 가운데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가맹본부 명성·신용 훼손’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1일 입법예고했다.
비에이치씨 홍보실은 “즉시 가맹계약 해지는 법테두리 안에서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