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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법적 책임’ 등기이사 하차하면서도…이재용, 더 바빠지는 행보?

등록 2019-10-06 21:29수정 2019-10-07 09:34

등기이사 임기 오는 26일로 종료
연임 위한 이사회·주총 안 열어

대주주 국민연금 반대 우려한 듯
국정농단 재판·삼바 수사도 부담

10일 탕정서 대규모 투자 발표예정
삼성전자 “경영 활동엔 변함 없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5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 현장을 방문해 삼성물산 임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은 삼성물산이 건설 중이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5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 현장을 방문해 삼성물산 임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은 삼성물산이 건설 중이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내 등기이사를 맡은 지 3년 만에 이사직을 내려놓는다. 국민연금이 지난 3월 고 조양호 당시 한진 회장과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의 대한항공, 에스케이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한 ‘전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책임 경영’의 상징인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으면서도 경영 행보는 더욱 활발히 하는 모순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6일 재계 설명을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임기가 끝나는 오는 26일 안에 이사회 및 임시 주주총회를 열지 않는다. 이사 연임은 이사회와 주총을 거쳐야 한다. 이 부회장이 3년 임기의 사내이사직을 연임 없이 그만둔다는 의미다. 이 부회장은 부회장 등 직책만 있을 뿐 경영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는 등기이사는 맡지 않고 있는 데 대한 비판이 이어지면서, 2016년 10월 이사진에 이름을 처음 올렸다. 2001년 상무보로 임원직에 처음 오른 지 15년 만이었다.

이 부회장의 연임 포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주요 기업들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존재감’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은 지난 3월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의 에스케이㈜ 사내이사 연임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 권익 침해 이력이 적용된다고 판단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회삿돈 횡령 등으로 유죄가 확정된 이력 등이 반영된 결과였다. 국민연금은 같은 달 역시 횡령 등으로 재판 중이던 조양호 당시 한진 회장에 대해 ‘이사 연임 반대’ 의견을 내며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나섰다. 최 회장 연임 건은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결국 통과됐지만 조 회장의 경우 ‘재선임 부결’로 이어졌다.

국민연금의 삼성전자 보유지분율은 9.97%다. 최대주주 이건희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21.24%에 이르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이 부회장의 연임에 반대하더라도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 하지만 사회적 논란이 되는 것만으로도 이 부회장에겐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난 8월29일 대법원이 2심과 달리 이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면서 향후 이 부회장의 실형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 상황이다. 여기에 마침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이 연임 즈음인 오는 25일 시작되는 점도 여론 흐름상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건과 관련해 최근 삼성 계열사들에 전방위적 압수수색을 벌이며 수사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점도 마찬가지다.

등기이사직은 내려놓지만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판결 직전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와 맞물려 이른바 ‘현장 경영’을 확대하고 홍보하며 존재감 강화에 나섰던 이 부회장은 대법원 판결 보름여 만인 지난달 15일 삼성물산 사우디아라비아 건설 현장을 찾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 부회장이 건설사의 국외 현장을 찾은 건 처음이었다. 오는 10일엔 충남 아산의 삼성디스플레이 탕정사업장을 찾아 대규모 투자 방안을 직접 발표할 계획이다. 대법원에서 경영권 승계를 뇌물 대가로 인정하면서 ‘실형’ 위기가 어느 때보다 커진 가운데 이 부회장이 경제 위기 속 ‘역할론’을 더욱 내세울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는데, 이에 부합하는 행보다.

삼성전자 쪽도 “등기이사를 내려놓더라도 부회장으로 지금의 경영 활동은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향후 이 부회장에 대한 판결이 대법원 취지대로 확정될 경우 ‘부회장직’을 잃을 수 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횡령 등 경제사범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해임을 요구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조항이 사실상 사문화한 가운데 이 부회장이 ‘해임 요구권’ 발동의 ‘1호 총수’가 될지 주목을 받고 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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