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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민자 수익보장 ‘실시협약’이 정부 발목…인천대교 등 분쟁중

등록 2019-10-09 21:02수정 2019-10-10 14:30

“민자사업 손실보상” 정부 패소 파장
9호선·신분당선·인천대교·이레일…
예산 아끼려 민간자본 유치했다가
사업자 수익성 보장 요구에 ‘부메랑’
맥쿼리펀드 국제중재 신청 등 분쟁
전문가 “소송 통해 손실보상 입증
법체계 바꿔 공공성 확보해야”
신분당선 열차. 신분당선주식회사 제공
신분당선 열차. 신분당선주식회사 제공
신분당선 주식회사가 정부를 상대로 한 손실보상금 청구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수익보장을 요구하는 민자사업자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990년대 민자사업자를 사회기반시설 사업에 끌어들이기 위해 설계한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RG)가 논란 끝에 2009년 폐지되긴 했지만, 공공성 강한 사업에 민간자본이 수익성을 따지면서 불거지는 갈등과 분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족쇄가 된 실시협약 그동안 민자사업자는 지하철과 도로 등을 운영하며 수익 보전과 운임 등을 둘러싸고 지방자치단체와 분쟁을 벌였다. 맥쿼리펀드가 분쟁의 주인공이었다. 전국의 도로 건설에 참여한 맥쿼리펀드는 최소수익 보장 규정 개정을 놓고 지자체와 갈등을 빚었다. 특히 맥쿼리펀드가 대주주였던 ‘서울메트로9호선’은 2012년 4월 지하철 9호선 요금을 1050원에서 1550원으로 기습 인상하며 서울시와 정면충돌하기도 했다. 서울메트로9호선은 요금 인상에 제동을 건 서울시를 상대로 법원에 ‘운임신고 반려처분 취소’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서울시와 협의를 거쳐 운임을 재산정하기로 한 협약에 어긋난다’는 이유였다.

정부는 최소수익 보장을 약속하며 철도·항만 등 사회기반시설 사업에 끌어들인 민자사업자에게 현재도 적지 않은 돈을 지급하고 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가 민자사업자에게 수익 보전용으로 건넨 돈은 5조6765억원이다. 그럼에도 민자사업자와 중앙정부가 법정에서 처음으로 맞붙은 소송에선 정부의 일방적인 요금 책정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2005년 사업 개시 전 실시협약을 통해 신분당선 주식회사에 8%의 수익을 약속했고 완공을 눈앞에 둔 2010년 교통연구원은 최초 운임을 1900원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정부는 개통 4개월 전인 2011년 6월, 운임을 1600원으로 정했다. 서울 지하철 이용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정부와 신분당선 주식회사 간에 맺은 실시협약을 근거로 정부가 책정한 최초 운임 1600원은 수익률 8% 달성을 위한 적정 운임이 아니라며 ‘미반영 운임’을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민자사업자를 상대로 ‘요금 통제’가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었지만 법정에서 정부의 우월적 지위는 인정되지 않았다.

■ 우회도로 생기자 손실 보상 요구도 민자사업 수익보장을 둘러싼 유사한 다른 분쟁도 진행 중이다. 인천대교 주식회사는 ‘인천 청라에서 영종도를 연결하는 제3연륙교가 건설되면 통행 수익 감소가 예상된다’며 손실보전을 정부에 요청했다. ‘통행량에 현저한 감소를 초래하는 교통시설 신설’의 경우 손실을 보전한다는 실시협약에 근거한 것이었다. 이에 국토부가 ‘현저한 감소’의 기준을 “교통시설 신설 직전 연도 통행량 대비 70% 이하”라고 제시하자 인천대교 주식회사는 이에 ‘동의할 수 없다’며 지난 4월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중재를 신청했다. 2017년 천안논산고속도로 주식회사가 국토부에 “서울세종고속도로와 서부내륙고속도로가 신설될 경우 통행료 수입의 현저한 감소가 예상되니 손실보전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한 것과 똑같은 맥락이다. 두 민자회사의 대주주는 모두 맥쿼리펀드다. 소사~원시 복선전철의 사업시행자인 이레일도 올해 3월 정부를 상대로 중재 신청을 냈다. 자금 재조달 과정에서 금리가 7.42%에서 4.2%로 인하돼 금융비용이 줄어들자 정부가 이에 따른 운영이익을 공유하자고 제안했는데 이를 거부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토부가 요금 인하 압박을 해도 민자사업자는 언제든 소송을 통해 손실을 보상받을 수 있다는 게 이번 신분당선 주식회사의 승소로 입증됐다”며 “공공 서비스를 대행하는 민자사업자라면 공공성을 반영하는 요금 체계를 확보해야 하고 그런 내용이 민간투자법에 반영돼야 한다. 지금의 법체계로는 비슷한 일이 재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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