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이 뛴다/⑥ 홍선생교육
국내 미술교육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1위를 달리는 ‘홍선생교육’의 사장은 ‘홍 선생’이 아니다. 부도 직전의 회사를 인수해 건실한 업체로 키워낸 여미옥(44) 사장은 이 회사의 지사장 출신이다. “애초 사업을 크게 할 생각이 없었”던 탓에 홍선생교육이라는 이름조차 바꾸지 않았지만, 회사는 10년 만에 전국 100여개 지사에 500여명의 교사가 전국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중견 교육업체로 성장했다. 미술과 더불어 한자교육 단행본을 출판하고, 7차 교육과정에 나오는 600권의 책을 매달 집으로 배달한 뒤 온라인으로 논술 첨삭지도를 해주는 ‘온앤오프 논술지도’도 인기몰이 중이다.
아이 셋을 키우는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여씨가 사업에 뛰어든 것은 그야말로 ‘우연’이었다. 지난 1994년, 단지 “내 일이 하고싶다”는 생각에 여씨는 ‘홍선생교육’이라는 한자교육 프랜차이즈업체의 문을 두드렸다. 본사에서 한자교재를 받아 자신이 모은 회원들에게 교육을 시키는 방식이었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2800세대의 아파트 단지에 전단지를 뿌리며 150여명의 회원을 모았어요. 그런데 본사는 교재비만 재촉할뿐 책은 내려보내지 않더군요. 1년 동안 교재비를 쏟아부었는데, 알고보니 본사가 부도 직전에 몰려있었어요.” 그대로 주저앉기가 억울했던 여씨는 1년 동안 보낸 교재비를 바탕으로 아예 본사를 인수해버렸다. 정보와 경험이 없으니 전문가들의 도움이 절실했다. 서울에 있는 한자교육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교재개발을 시작했고, 일주일에 한번씩 집이 있는 창원에서 서울로 오가는 고달픈 생활이 이어졌다. 가장 성공을 거둔 ‘홍선생미술’의 출발은 더욱 소박하다. 98년 당시 중1이던 큰 아이의 미술교육을 위해 과외를 시켰다. 그런데 집으로 온 선생님의 교수법이 특이했다. 보통 학원에서는 똑같은 물체를 반복적으로 그리게 하거나 선생님들이 아이들 그림에 손을 대기 일쑤였는데, 이 선생님은 빛과 그림자의 원리, 평면에서 입체를 연상하는 법 등의 원리를 가르쳤다. 여씨는 “두달이 지나니 애들이 주변 물체를 멋지게 그려내기 시작하는게 너무 신기했다”며 “곧바로 선생님에게 미술 교육 사업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3년 동안 자녀들과 이웃 아이들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벌인 끝에 나온 것이 ‘홍선생미술’이다. 2000년 10월, 전단지 8000장을 뿌렸더니 25통의 문의전화가 왔다. 1만장을 돌렸을때 전화 2통 오는 것이 ‘정상’이었던 때다. “석달 만에 회원 150명을 모았고, 지사를 하겠다는 이들이 창원으로 몰려들었어요.” 회사가 계속 커지자, 2년 전에 본사를 창원에서 서울로 옮겨왔다.
여미옥 사장은 가장 중요한 경영 원칙으로 ‘믿음’을 꼽는다. 처음 본사를 인수한 것도 자신이 모은 회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고, 새로운 분야를 시작하기 전에 본인의 자녀와 주위 아이들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오랜기간 거치는 것도, 섣부른 교재로 지사와 회원들에게 피해를 줘 신뢰관계가 깨지면 안된다는 고집 때문이다. 다른 교육관련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교사에게 영업을 강요하는 것과 달리, 홍선생교육은 교사 교육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본사 사무실은 열평 남짓한 공간이지만, 교사 연수원만큼은 70평이 넘는다. 교사가 실력이 있으면 자연스레 회원이 모여든다는 생각에서다. 그만큼 선발도 까다롭다.
홍선생교육은 국어·영어·수학 등 주요 교과 과목에도 뛰어들지 않는다. “살면서 책과 신문을 많이 읽고, 악기 하나 다루고 그림 그릴 줄 알면 세상사는 게 훨씬 풍요롭지 않겠어요? 논술교육도 아이들에게 책을 읽게 하는 것이 목적이에요. 사실 공부는 교과서만으로 충분합니다. 사교육회사 사장이 이런말 하는 게 이상하죠? 호호”
지난 98년부터는 택시와 시내버스, 전세버스 회사에 교통안전 스티커를 나눠주고 있다. 택시의 앞, 뒷자리에서 흔히 보던 “잠깐! 내리실때 뒷쪽 오토바이를 조심하세요”라는 경고 문구는 홍선생교육에서 제작해 무료로 나눠주는 스티커다. 지난 9월에는 오토바이 사망사고를 줄이는데 이바지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건설교통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애들 교육을 재밌게 하려는 생각에서 시작했고, 그 생각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큰 욕심 내지 않고 알차게 사업해서,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많이 하고 싶어요.” 여 사장의 작지만 큰 소망이다.
최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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