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은 무엇일까? 파랑이 압도적인 1위다. 초록과 빨강과 검정이 그다음이다. 에바 헬러가 쓴 책 <색의 유혹>은 독일에서 14살부터 97살까지 다양한 직업에서 일하는 남녀 2천 명에게 색을 설문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했다.
3위에 오른 빨강은 아주 매력적이며 이중적인 색이다. 사랑을 나타내는 색으로 가장 많이 지목한다(75%). 증오를 나타내는 색으로도 가장 많이 선택한다(38%). 빨강의 근본은 피와 불이다.
더운 지방에선 빨강은 악마의 색이다. 추운 지방에서는 긍정적인 색이다. 소련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은 ‘아름다운’ 광장이다. 공산혁명이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그랬다. 역시 공산국가가 되기 전부터 중국인은 빨강과 황금색을 열렬히 사랑했다. 빨간 모자에서 보듯, 빨강은 악의 세력에서 보호해주는 마법의 색이다.
예전에 빨강은 구하기 힘든 염료로 가장 비싼 색이었다. 당연히 귀족과 부자의 색이었다. 신분에 맞지 않게 빨간 옷을 입으면 사형에 처하기도 했다. 인공 염료 덕으로 누구나 빨간 옷을 입게 된 지금도 빨강의 권위는 남아 있다. 대부분 영화제에서 배우들은 레드카펫 위에 선다.
세계적으로 빨간 신호등은 ‘가지 마라’는 금기의 뜻이 됐다. 주목도가 높다. 빨강이 낮이나 밤에 하늘과 가장 어울리지 않는 엉뚱한 색이라서 그렇다. 축구에서 레드카드를 보는 선수는 경기장에서 쫓겨난다. 시험지에 틀린 것을 지적할 때 빨간 펜을 쓰고, 개인이나 국가 경제에 빨간색이 많으면 적자를 본 것이다.
‘흡연 금지’ 같은 금지 팻말에도 늘 빨간색 동그라미가 그려졌다. 중세시대에 빨강머리 여자는 마녀로 몰리기 쉬웠고, 예수를 배반한 유다도 종종 빨강머리로 표현된다. 광고에 가장 많이 쓰이지만 너무 많이 쓰여서 빨강을 싫어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그럼에도 빨강은 매력적인 립스틱 색이며 다시 쳐다보게 하는 색이며 크기가 작아도 주변을 압도하는 색이다.
글·사진 곽윤섭 <한겨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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