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즉위식장으로 향하는 아베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도쿄 교도/연합뉴스
두달 연속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뒷걸음질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오자 일본의 경험이 주목받고 있다. 일본은 1990년대 말부터 장기간 디플레이션에 시달렸다. 일본은 1991년 부동산·주식 등 자산가격 거품 붕괴가 장기 불황과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 이런 이유로 자산 시장에서 거품과 붕괴의 징후가 없는 우리 현실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는 측면이 있다. 다만 일본의 디플레 대응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저물가의 장기 고착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통화정책뿐 아니라 가계 소득 증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행은 제로금리 정책 등으로 디플레에 대처했지만, 만성적인 수요 부족은 ‘디플레 탈피’를 어렵게 했다. 지금은 물가 하락세는 벗어났지만 상승률은 여전히 낮다.
1999년부터 2009년 사이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플러스인 해는 2006년(0.3%)과 2008년(1.4%) 두해뿐이다. 소비자물가 하락에 앞서 수입물가, 생산자물가가 떨어졌다. 1985년 플라자합의로 일본 엔화가치가 급등하면서 수입물가는 1985년부터 1996년까지 연평균 1%가량 떨어졌다. 생산자물가도 하락세가 이어졌다.
플라자 합의에 따른 엔화 강세로 경기가 후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본은행은 금리를 잇따라 인하했다. 이때 급등했던 자산가격이 1991년부터 폭락했다. ㎡당 평균 토지가격(공시가격, 기준가격 합산)은 1991년 최고치에서 2001년까지 73%나 떨어졌다. 주가도 폭락했다. 심각한 불황이 뒤따랐다. 자산 가격 폭락이 어느 정도 마무리될 즈음 디플레이션이 본격화했다.
일본은행은 제로금리 정책으로 소비와 투자를 촉진해 디플레를 벗어나고자 했다. 그러나 인구 고령화,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소비 회복에 걸림돌이 되었다. 일본은행 시라카와 마사아키 총재는 2010년 이렇게 말했다. “(디플레의) 근본 원인은 수요의 부족이지만, 국민이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지 못하고 있는 게 핵심 배경이다. 그런 가운데 소비가 늘지 않고, 투자도 늘지 않고 있다.”
요시카와 히로시 도쿄대 명예교수 등은 저임금 비정규직의 증가, 생산성 증가에 못 미치는 임금 상승률 등으로 가계 소득 증가가 부진한 것이 일본 디플레이션의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1998년부터 시작된 평균 명목임금의 하락이 디플레의 방아쇠였다는 것이다.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3년부터 다시 플러스로 돌아섰다. 2012년 말 집권한 아베 신조 총리가 이른바 ‘아베 노믹스’로 돈을 풀고, 엔화값을 떨어뜨리면서 수출 주도로 경기가 호전됐다. 2014년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7%까지 뛰기도 했다. 그러나 그해 반짝 올랐을 뿐 2015년 이후 4년간의 평균치는 0.6%에 머물렀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