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비정규직 노동자가 지난해보다 86만7천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정규직으로 잘못 분류됐던 ‘숨은 비정규직’이 최대 50만명가량 포함된 수치다. 이들을 제외하더라도 40만명 가까이 비정규직이 증가했다는 뜻인데, 78만5천명이 늘었던 2004년 이후 15년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19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8월 기준 전체 임금노동자 2055만9천명 가운데 정규직은 1307만8천명, 비정규직은 748만1천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전체 임금노동자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3월(36.6%) 이후 최고치인 36.4%까지 상승했다. 지난해엔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가 661만4천명으로 비중은 33.0%였다.
비정규직의 갑작스러운 증가에는 이번에 조사 방식을 변경하면서 지난해까지 정규직으로 분류됐던 노동자 다수가 비정규직으로 잡힌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은 강화된 국제노동기구(ILO)의 임금노동자 세분화 기준에 맞춰 올해부터 ‘고용이 예상되는 기간’ 등을 조사 항목에 추가했다. 그 결과 기간의 정함이 없이 일하고 있지만, 대개 몇년 안에 일손을 놓아야 하는 불안정 노동자 35만~50만명이 기존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새롭게 분류됐다.
이런 이유를 들어 강신욱 통계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올해 부가조사와 전년도 결과는 시계열적으로 단절되며 증감으로 비교하는 것은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보다 87만명 늘어난 비정규직을 모두 고용의 질 악화로 해석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통계청이 밝혀낸 ‘숨은 비정규직’(35만~50만명)을 제외하더라도 이번에 늘어난 비정규직 규모(37만~53만명)는 15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정부는 올해 취업자 증가폭이 크게 늘면서 비정규직도 함께 늘었고, 노인 일자리 사업 확대 등도 영향을 끼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정규직을 줄이려는 정부의 정책 노력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상시지속적 일자리 증가, 정규직화 등이 지난 대선 주요 일자리 공약이었는데, 정부 대책이 공공부문에 한정된 측면이 있었다”며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자발적 유연근로제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사 방식 변경에 의한 효과를 제외하면 대부분 시간제 노동자가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비용 증가로 초단시간 일자리가 늘고 있는 가운데 대기 시간을 노동에서 제외하는 등 사용자 쪽 움직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172만9천원으로 지난해(164만4천원)보다 8만5천원 증가했지만 정규직 월평균 임금(316만5천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55% 수준에 그쳤다.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격차는 143만6천원으로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