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30일 아시아미래포럼에 참석한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학 경제학 교수가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현대 자본주의 불평등 확대의 역사적 기원을 밝혀 세계적 주목을 받은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신작 <자본과 이데올로기>를 통해 불평등 완화는 가능하다며, 사유재산권 통제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내년 초 책 출간을 앞두고 최근 프랑스 경제월간지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와 한 인터뷰에서 “1990년대 공산주의 붕괴로 재산의 무한 증식을 정당화하는 ‘신사유재산주의’가 탄생했다”며 △기업의 노동자 의결권 증대 △자산 보유세 강화 △보편적 자본보유제 도입 등을 통해 불평등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서 <21세기 자본>을 통해 불평등이 확대돼온 역사를 추적한 피케티는 이 잡지 10월호 인터뷰에서 ‘사유재산주의 이데올로기’가 불평등을 정당화했고, 18세기 계급사회 해체와 마찬가지로 1990년대 공산주의 붕괴가 사유재산권을 절대화하는 이데올로기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20세기 초 두 차례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부의 집중이 완화된 것은 전쟁 외에도 임대료 규제 등 사유재산권 통제 정책에 따른 자산가치 급락과 소득·상속세 누진율 강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민주주의 국가에서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소득 하위 50%는 실질적으로 ‘부’를 가져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1980년대부터 불평등이 심화했지만 선진국의 좌파 정부들도 제대로 노력하지 않았다며, 그 이유로 과거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았던 진보 성향 정당들이 고학력 엘리트 정당으로 바뀐 점을 들었다. 고학력 엘리트가 진보 정당의 표심 공략 대상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나머지 유권자들은 외면받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피케티는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교육, 재분배, 과세 등 국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며, 1990년대에 프랑스 부유세(ISF)로 걷은 세수의 증가율이 경제성장율의 2.5배였던 점을 예로 들었다.
그는 독일과 북유럽 나라들처럼 모든 기업이 이사회 의결권의 절반을 노동자에게 부여하는 사회적 재산권의 강화를 대안으로 꼽았다. 기업의 방향을 결정하는 진정한 지위를 노동자에게 부여하면 임금-이윤 분배의 균형,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해 부의 재분배를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강력한 누진세가 경제성장에 방해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증명됐다며, 평균 이하 자산의 보유세율은 0.1% 정도로 낮추고 20억유로(약 2조6천억원) 이상의 세율은 90%까지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렇게 확보한 세수를 보편적 자본보유제 도입에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누구나 만 25살이 되면 12만유로(약 1억5800만원)를 주는 ‘기본상속’ 제도를 말한다. 일정 소득을 모두에게 제공하는 기본소득처럼 일정 상속자산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피케티 인터뷰의 전문은 <이코노미인사이트> 11월호에서 볼 수 있다.
박중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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