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예산에 배정하고도 회계연도 안에 집행을 하지 못해 쌓아두고 있는 ‘순세계잉여금’이 3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일선 지자체에선 있는 돈도 제대로 쓰지 않아 내수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나라살림연구소가 전국 243개 지자체의 2018년도 세입·세출 결산서를 전수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지방재정은 세입 361조7천억원, 세출 293조원으로 집계돼 결산 잉여금이 68조7천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다음 연도에 자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순세계잉여금은 35조원에 이르렀다. 결산 잉여금은 다음 해로 집행이 순연된 이월금과 반납해야 할 보조금 잔액, 그리고 각 지자체가 쌓아두고 활용할 수 있는 순세계잉여금으로 나뉜다. 지난해까지 지자체가 집행하지 않고 보유 중인 순세계잉여금 35조원은 지난해 지자체 세출 총액(293조원)의 11.9%에 이르는 규모다.
한해 세출액 대비 순세계잉여금 비율이 가장 높은 지자체는 경기도 과천시로 한해 지출액(2235억원)의 82.1%에 이르는 순세계잉여금(1834억원)을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총지출 1조5446억원인 경기 안산시는 8759억원(지출액 대비 56.7%), 총지출 1조3315억원인 경기 시흥시는 6976억원(52.4%)의 순세계잉여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서울 강남구(51.9%), 전남 무안군(51.6%) 등이 한해 총지출의 절반이 넘는 순세계잉여금을 쌓아두고 있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각 지자체가 효율적인 예산 집행에 실패한 결과라고 짚었다. 지자체는 지방재정법에 따라 세입만큼 집행하는 균형재정을 편성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결과적으로 각 주민들은 35조원에 달하는 복지와 행정 서비스를 누리지 못한 것이고, 나라 경제 차원에서는 그만큼의 내수 진작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라며 “지자체들은 35조원에 이르는 순세계잉여금을 이율도 낮은 보통예금 통장에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재정 전문가인 윤영진 계명대 명예교수는 “지자체마다 특성이 있겠지만 35조원이라는 막대한 재원이 활용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각 지자체의 재정 집행의 능력과 의지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며 “지방소비세 인상 등 재정분권이 추진되는 점을 고려한다면, 효율적인 예산 집행과 책임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라살림연구소도 “정확한 세입 예측을 통해 균형재정의 원칙에 따라 적극적으로 지출해야 한다”며 “적립된 순세계잉여금은 재정안정화기금에 적립하되 적극적인 지출 계획을 설정해 적극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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