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금융기관 “3~4분기 바닥
내년 성장률 반등 유력” 분석
KDI 등 연구기관·학계는 신중
“경기 올라갈 계기 잘 안 보여”
내년 성장률 반등 유력” 분석
KDI 등 연구기관·학계는 신중
“경기 올라갈 계기 잘 안 보여”
경기가 현재 저점을 지난다는 분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주요 경기 지표의 하락세가 멈춘 데다, 11개월째 감소하던 수출도 내년에는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다만 경기가 반등하더라도 장기적인 저성장 국면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회복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시장 변화에 민감한 민간 금융기관에서는 올해 3~4분기가 경기 바닥이라는 분석이 잇따라 나온다. 황찬영 맥쿼리증권 한국 대표이사는 8일 기자간담회에서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위험은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됐다”며 “경기가 올해 4분기에는 바닥을 확인하고 내년부터 반등하면서 한국 주식시장도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케이티비(KTB)투자증권은 지난 4일 보고서에서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 반등, 제조업 재고율 하락 등을 근거로 “국내경제의 저점 통과가 근접했다는 조짐이 확인된다”며 “소순환 국면에서 국내 경기는 저점을 통과했을 가능성이 크며 내년 경제성장률 반등이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엔에이치(NH)투자증권도 지난달 24일 보고서에서 “미국과 중국의 수출 물량 재고 소진 흐름이 이어지기 때문에 11월 지표부터는 수출 감소 폭이 축소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경제성장률은 3분기를 저점으로 4분기부터 완만하게 회복되는 그림을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우리 경제는 2017년 9월 경기 정점을 찍었다가 25개월째 수축하는 국면에 있다. 과거 평균 수축기보다 6개월 이상 지속하고 있어, 경기 순환 흐름으로도 올라갈 때가 됐다고 보는 것이다. 6개월 뒤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4월 99에서 7·8월 98.4로 떨어졌다가 9월 98.5로 조금 반등했다.
다만 학계나 연구기관에서는 ‘경기 바닥론’에 신중한 입장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11월 경제동향’을 내어 8개월 연속 경기 부진 진단을 했다. 다만 한국개발연구원은 “제조업 가동률이 소폭 상승하고,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횡보하는 모습은 경기 수축이 심화하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3·4월 99.2로 올해 들어 가장 낮았다가 5월부터 등락을 거듭하며 9월 99.5로 올랐다. 9월 소매 판매액은 승용차 등 내구재를 중심으로 양호한 증가세를 보이고, 소비자심리지수도 전월보다 1.7포인트 상승한 98.6으로, 소비 부진이 완만히 개선되는 모습도 보인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은 “환율이 조금 내리고 주가가 조금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 돈이 들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미래는 더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에 반영되는 것이다. 주요 경제지표도 더 나빠지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다만 “경기가 올라갈 계기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바닥을 쳤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바닥은 탈피한 것으로 보이나 과거처럼 경기 진폭이 크지 않아 반등하더라도 미미하다”며 “우리 경제가 일본처럼 저성장 국면으로 들어가는 국면에서 오르내리는 흐름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도 지출을 크게 늘리며 경기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세계 경제 여건이 불투명하고 고령화 등으로 우리 경제 기초체력이 약해지고 있어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히 높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표가 오르는 듯 하다가 다시 내려가는 더블딥 현상일 수도 있다”며 “특히 중국 경제가 과잉 투자에다 기업 부채가 많은 상태라 내년에 성장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우리도 경기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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