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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연금이 답이다

등록 2019-11-12 08:59수정 2019-11-12 09:53

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2017년 7월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처음으로 가입한 자영업자가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통장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7월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처음으로 가입한 자영업자가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통장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노후에 가장 믿을 만한 것은 연금이다. 자식은 대학 졸업 이후에도 부모 등골을 빼먹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노후 대비 실태 조사를 보면, 절대다수 응답자가 연금을 첫 번째 대책으로 꼽는다. 살고 있는 집과 연금 외에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을 가진 부유층은 소수다. 노후를 위해 떼놓을 수밖에 없는 강제 연금이 아니고서는 돈을 모으기 쉽지 않을 만큼 빠듯하게 살아온 사람이 대다수이다.

노후에 다달이 나오는 국민연금 범위에서 살 수 있다면 가장 바람직하다. 맞벌이여서 부부 양쪽이 각각 100만원 넘는 국민연금을 받는다면 그것만으로 적정 수준의 노후생활을 할 수 있다. 홑벌이 가정 등에선 그것만으로 생활이 되지 않는다. 노후자금 마련을 위한 우선 과제로 ‘3층 연금’이 꼽히는 이유다.

세계은행은 1994년 ‘노년 위기의 모면’이라는 보고서에서, 취약한 공적 자금 체계를 보완하기 위한 중층 연금 체계를 제시했다. 공적 연금인 국민연금을 기본(1층)으로 하고, 부족한 자금을 기업이 운영하는 반강제적 연금인 퇴직연금(2층)과 개인이 임의로 가입한 개인연금(3층)으로 채우는 것이다. 노후 전문가들은 노후 필요자금 70~80%를 연금으로 충당하도록 권한다. 적절한 비율은 국민연금 30~40%, 퇴직연금 20~30%, 개인연금 10~20%다.

퇴직연금 허실

제도 도입 30년이 지난 국민연금은 가입자에게 가장 유리한 연금이다. 적극 활용하는 게 좋다.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 가입하는 퇴직연금은 좀 복잡하다. 예전에는 퇴직금으로 일원화돼 있었다. 소득이 사라지는 퇴직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기업이 적립했다가 퇴직 때 지급하도록 법으로 규정한 돈이다.

그런데 한꺼번에 지급되는 목돈인 퇴직금은 노후 보장이라는 취지와 다르게 쓰일 때가 잦다. 자녀 결혼 자금이나 자영업 밑천 등으로 용도가 바뀌기도 하고, 사기당해 홀라당 까먹는 일도 심심찮다. 영세기업이 퇴직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문제도 끊이지 않았다. 그 대책으로 2005년에 도입한 것이 퇴직연금 제도다. 퇴직 때 받을 퇴직금 일부 또는 전부를 금융기관에 맡겨 운용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를 퇴직연금으로 운용할지는 회사가 사정에 맞게 결정한다.

퇴직연금은 크게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으로 나뉜다. 전자는 회사가 운용 책임을 지기 때문에 퇴직자는 운용 결과에 상관없이 정해진 금액을 받는다. 기존과 같이 퇴직 전 3개월 평균임금에 근무연수를 곱한 액수다. 후자는 개인이 책임을 지기 때문에 운용 수익에 따라 받는 돈에 큰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중견기업 P부장처럼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중장년은 사실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해당 기업에서 퇴직금 용도로 적립한 돈을 퇴직연금으로 운용하는 비율이 높지 않고, 운용 방식도 확정급여형이 대부분이다. 퇴직금 액수에 영향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퇴직연금은 평균 수익률이 정기예금 이자율보다 낮아 별 관심을 끌지 못한다. 적립금의 90% 이상이 원리금 보장 상품에 들어 있고, 실적 배당 상품으로 운용된 자금은 2018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정부의 권장 정책으로 퇴직연금 규모는 꾸준히 늘어 2018년 말 190조원에 이른다.

퇴직 때는 일시금보다 연금으로 받는 것이 유리하다. 한꺼번에 까먹을 우려가 없고 세 혜택도 따른다.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 대신 그 세율의 70% 수준인 연금소득세를 내면 된다. 퇴직소득세 계산은 복잡하므로 세 감면 정도를 확인한 뒤 일시금과 연금 가운데 선택하는 게 좋다.

만능통장 IRP?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으려면 계좌가 필요하다. 금융기관의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가입해야 한다. 퇴직금을 이 계좌에 옮긴 뒤 다달이 연금을 받는 것이다. 일시금을 받았다 하더라도 60일 안에 IRP 계좌에 넣으면 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재직 중 IRP에 가입하면 세액공제 혜택이 따른다. 개인연금과 IRP를 합쳐 연간 700만원까지 세금을 물지 않는다. 연말정산 때 가입자의 소득세율에 따라 115만5천원(16.5%) 또는 92만4천원(13.2%)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대신 연금을 받을 때 훨씬 낮은 3.3~5.5%의 연금소득세를 내면 된다.

그러나 IRP는 금융상품이어서 운용 실적에 따라 수익률이 다른데 매우 낮은 편이다. 해마다 금융기관의 운용 수수료도 공제된다. 이 때문에 세액공제 혜택을 빼면 매력이 없는 셈이다. IRP의 또 다른 함정은 중도해지다. IRP는 퇴직 때까지 보유해야 한다. 돈이 급해 도중에 해약하면 16.5%의 기타소득세를 물어야 한다. 퇴직 이후에도 연금이 아닌 일시금으로 받는다면 중도해지에 해당돼 같은 세금이 부과된다.

세 번째 보장 수단인 개인연금은 널리 알려져 있다. 연말이 되면 은행 등에서 세액공제를 내세워 가입을 권유한다. 가입 한도는 연간 400만원으로 늘었다. 운용 방식에 따라 원금보장형인 보험사의 연금저축과 은행의 연금신탁, 높은 수익을 내거나 손실을 입을 수 있는 증권사의 연금펀드로 나뉜다. 전반적으로 수익률이 좋은 편은 아니다. IRP와 마찬가지로 세금을 적게 내는 것이 가장 큰 혜택이다.

현금 자산을 추가로 연금화해 퇴직 이후 월소득을 늘리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보험사의 즉시연금에 목돈을 넣은 뒤 10~20년 만기로 달마다 연금을 받는 방식이다. 1억원을 단순하게 10년 동안 나눠 쓴다면 월 83만원 남짓이 된다. 즉시연금은 보험사가 자금을 운용해 이자를 주기 때문에 이 액수보다는 많이 나오며 비과세 혜택도 있다.

중견기업 P부장은 현재 연금저축에 연간 240만원(월 20만원), IRP에 460만원을 납입해 세액공제를 최대한으로 받는다. 안전성을 우선하는 그는 2018년 IRP 계좌를 만들면서 시중은행 정기예금으로 운용하는 상품을 선택했다. P부장은 퇴직금 절반 이상을 연금으로 돌릴 생각이다. 연금저축·IRP와 합치면 퇴직 뒤 월 연금액이 몇십만원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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