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빅데이터 같은 기술을 이용한 지식경제가 커질수록 기업이 만드는 부가가치 가운데 노동에 돌아가는 비중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술이 노동 일부를 대체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다만 생산성 향상으로 궁극적으로는 전체 노동소득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제시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3일 발표한 ‘법인 노동소득분배율의 추이 및 변화 요인 분석’에서 “지식자본의 성장이 노동소득분배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기계 등 전통적 유형자본이 1% 증가하면 법인 노동소득분배율은 0.13%포인트 상승하지만 지식자본이 1% 늘어나면 노동소득분배율은 0.01%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기계 같은 유형자본을 통한 생산에는 사람의 노동이 수반되지만, 소프트웨어 등 지식자본은 노동을 일부 대체하기 때문이다.
노동소득분배율은 생산활동으로 발생한 소득 가운데 자본을 제외한 노동에 배분되는 비중을 뜻한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자본과 노동의 배분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법인을 연구 대상(외부감사대상 법인 한정)으로 삼았다. 외부감사대상 법인은 자산이나 매출이 연 500억원을 넘는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해당된다. 조사 대상이 된 법인의 영업이익 합계는 전체 비금융법인의 57%이고, 근로자의 급여·수당 등 피용자보수 합계로 보면 전체의 48%에 해당한다. 자영업자는 제외했다. 자영업자 특성이 시간에 따라 변하고 있고, 자영업자 소득을 어떻게 반영하느냐에 따라 전체 노동소득분배율 수준에 차이가 크게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대상 법인이 창출한 부가가치 가운데 근로자의 급여·수당 등(법인 피용자보수)이 차지하는 비중을 ‘법인 노동소득분배율’로 정의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지식자본의 증가가 노동소득분배율을 줄일 수 있지만, 생산성 향상을 통해 경제 전체의 소득을 증가시키므로 노동소득의 절대 크기는 오히려 늘어난다”고 했다. 기존에 제품 100개를 만들던 기업이 기술 발달로 200개를 만들게 되면, 소프트웨어가 사람 노동을 대체하는 부분 외에 추가 고용을 하게 되기 때문에 임금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과거 1990~2005년 노동소득분배율이 0.34%포인트 하락할 때도 노동소득은 11.3% 늘고 소프트웨어 생산성도 1.5% 증가한 수치를 제시했다.
법인 규모별로 살펴보니 법인 간 노동소득분배율 격차는 2000년대 들어 크게 확대됐다. 100인 이상 고용 기업의 노동소득분배율은 상승하는 추세인 반면 100인 미만 기업에서는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에서는 규모와 상관없이 2000년 들어 노동소득분배율이 상승했으나, 100인 미만 비제조업에서는 무형 자본이 크게 증가하면서 노동소득분배율이 큰폭으로 하락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최근 기술개발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무형자본이 발달하는 것은 향후 노동소득분배율 하락 및 노동소득 증가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혁신성장의 핵심인 지식자본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노동수요가 일부 대체되고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할 수 있는데, 사후적이고 간접적인 정책을 통해 자본소득과 노동소득의 격차를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생산 단계에서 지식자본 증가에 대응한 고용을 강제하기보다는 혁신의 결과로 얻은 소득을 취약계층에 재분배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