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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국회가 ‘개인정보 보호 포기법’을 만들고 있다”

등록 2019-11-15 11:38수정 2019-11-15 14:02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법안심사소위 통과에
시민단체들 공동으로 성명서 내어 강력 반발
“기업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반영한 법안 밀어부쳐
헌법이 보장한 자기정보결정권 국회가 부정하는 꼴”
“‘국민이 주인’ 표방하며 국민권리보다 기업이익 앞장”
진보네트워크센터 누리집 자료 갈무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지난 14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이른바 ‘데이터 3법’ 가운데 핵심 법안인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을 거의 원안대로 통과시킨 것에 시민단체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국회 처리를 중단하고 공청회 등 사회적 논의를 거칠 것을 요구하며, 이대로 통과될 경우 헌법소원 등을 준비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참여연대·진보네트워크센터·민주노총·무상의료운동본부·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등은 이날 행안위 법안심사소위 회의 직후 공동으로 성명을 내어 “개정안대로라면 ‘개인정보 보호 포기법’ ‘개인정보 활용법’이라고 불러야 한다. 헌법 제10조에서 도출되고 17조로 보장받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국회의 입법으로 부정되는 것이다”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공청회 같은 사회적 논의 한번 없이 기업 측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반영한 법안을 그대로 밀어부쳤다. 80%가 넘는 국민이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충분한 공론화 없이 개인정보보호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법을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 국회는 행안위 전체회의, 법사위, 국회 본회의 등 입법 절차를 일단 중단하고 사회적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이 법안이 이대로 통과되어 시행되면 국민의 개인정보는 실체도 불분명한 기업의 이익 창출을 위한 한낱 부속품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 기업의 데이터 수집·이용·결합과 기업 간 제공·판매 등이 지금보다 더 무분별하게 이뤄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데이터산업이 커지고 관련 업계는 환호할지 모른다. 그러나 정보 주체인 시민들의 개인정보 권리 침해, 데이터 관련 범죄 증가, 국가와 기업의 국민 감시 및 차별 심화 등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될 것”이라며 “예컨대 가장 사적이고 민감하여 보호받아야 할 각종 질병 정보, 가족력이나 유전병 정보 등 건강 정보에 의료 관련 기업은 물론이고 의료와 관계없는 온갖 영리 기업들도 접근할 수 있게 된다. 기업들은 이 정보들을 결합·가공해 팔아 수익을 내거나, 고용상 불이익을 줄 수 있고 예측하기 어려운 여러 방식으로 악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가명정보의 동의 없는 활용 범위다. 개정안에는 ‘통계작성, 공익적 기록 보존, 과학적 연구’로 규정하고 있는데, 시민단체들은 사회적인 지식 확대와 공공적 가치에 기여하는 ‘학술연구’ 목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정안대로라면 기업이 개인정보를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 상품을 만들면서 과학적 연구 기법을 썼다고 주장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거꾸로 ‘산업적 연구’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기업들의 사적 이익 목적 활용을 명문화하자는 것이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기업의 사적 이익 보장을 위해 정보인권을 제한하자는 것인데, 있을 수 없다. 개발 독재 시절 기업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인권을 제한하고, 침해를 눈감았던 것과 뭐가 다르냐”고 꼬집었다.

정부·여당이 법안 통과를 밀어부치고 있는 데다 자유한국당과 보수 언론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보니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확실해 보인다. 이미 여야 3당은 이 법안을 포함한 ‘데이터 3법’을 오는 19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시민단체들은 “개정안을 주도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표방하면서도 국민의 권리보다 기업의 이익에 앞장섰으며, 정작 국민의 의견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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