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비밀침해로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과 소송을 진행 중인 엘지(LG)화학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출한 이메일 자료가, 에스케이이노베이션 회사 차원의 증거인멸 지시를 의미하는지를 두고 양사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1일 <한겨레>에 이 이메일 원문을 공개해 엘지화학 쪽 주장과 달리 전사적인 증거인멸 지시로 보기 어려운 대목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이메일에는 “(에스케이이노베이션) 법무팀 외에 사업팀에서도 대외에 대응할 때 통일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므로 의견을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경쟁사 관련 자료를 삭제하라’는 지시는 국외 근무 중인 관련 부서 팀장이 회사 쪽 원문을 팀원 등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이메일 상단에 추가한 개인 메시지일 뿐 회사의 조직적·체계적 지시는 아니라는 것이 에스케이 쪽 설명이다. 에스케이 쪽은 지난 20일 이런 내용을 담은 답변서를 무역위에 제출했다.
엘지화학은 지난달 5일 미 무역위에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를 판결해달라”고 요청하며 ‘체계적·조직적 증거인멸’의 증거로 이 이메일이 캡처 형태로 포함된 자료를 제출했다. 이 이메일에는 ‘최대한 빨리 경쟁사(엘지화학)의 관련 자료를 삭제하라’는 내용만 담겨 있었다. 엘지화학은 이날 “조기 패소 판결 요청에서 중요한 것은 광범위한 증거인멸 정황뿐 아니라 포렌식 명령 위반 등 법정모독 행위가 있었다는 것”이라며 “(에스케이 쪽) 팀장이 자료 삭제를 지시한 정황인 만큼 이를 왜곡할 수도, 왜곡할 이유도 없다”고 밝혔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