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판서 퀄컴과 계약 밝혀져
“삼성, 퀄컴의 법위반 클레임 포기”
합의 뒤 통신칩 공급 계약 맺어
한국 공정위 쪽 보조참가 ‘취하’
미 법원 “정부 법시행 능력 방해”
“삼성, 퀄컴의 법위반 클레임 포기”
합의 뒤 통신칩 공급 계약 맺어
한국 공정위 쪽 보조참가 ‘취하’
미 법원 “정부 법시행 능력 방해”
“퀄컴은 삼성전자에 1억 달러를 지급하는 대가로 퀄컴의 반독점 위반에 대해 삼성전자가 침묵하게 만들었다.”
지난 4일 서울고법은 공정거래위원회가 퀄컴에 1조300억원의 과징금과 함께 ‘모뎀칩셋 공급-특허 계약 연계 강제 금지’ 등의 시정명령을 한 것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이동통신용 모뎀칩셋 시장지배자인 미국의 퀄컴이 삼성전자 등 휴대전화 제조사에게 ‘특허 갑질’을 해왔다며 공정위가 2016년12월 퀄컴에 시정명령을 한지 3년만이다. 공정위 및 갑질 ‘피해자’라 할 수 있는 삼성, 엘지(LG)전자 등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런데 퀄컴의 최대 고객 중 하나인 삼성전자는 공정위 쪽 보조참가자로 소송에 참여했다가 중간에 취하했다. 엘지 등 국내 업체뿐 아니라 중국 화웨이, 미국 인텔 등이 공정위의 보조참가자로 퀄컴의 우월적 지위에 의한 불공정 거래에 맞서고 있는 것과는 다른 행보였지만 그 배경이나 이유는 그간 알려지지 않았다. 전세계 휴대전화 시장 1위인 삼성전자는 왜 퀄컴을 향한 공정위의 싸움에서 ‘중도하차’했을까?
5일 <한겨레> 취재 결과, 그 배경에는 삼성전자와 퀄컴의 ‘침묵 합의’가 있다. 양 쪽의 합의 사실은 미국 판결문에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은 미국의 공정위격인 연방공정거래위원회(FTC)가 퀄컴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낸 소송에서 연방공정위의 손을 들어주며 삼성전자와 퀄컴의 비공개 계약을 공개했다. 재판부는 “두 회사의 2018년 계약서에는 퀄컴은 삼성전자에 1억 달러(1190억원)을 지불하며 (퀄컴의) 반독점 위반에 대한 삼성전자의 클레임을 모두 소멸시키고 삼성전자를 침묵하게 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는 퀄컴에 “퀄컴의 업무관행이 미국의 연방법 및 각 주의 법, 대한민국 법률 및 기타 어느 국가의 반독점 관련 법률 등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모든 클레임 및 권리 주장을 포기한다”고 합의했다. 특히 한국 공정위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공정위의 (퀄컴에 대한 제재) 명령과 관련해 ‘퀄컴과 분쟁을 해결했으며 그 내용은 공정위의 명령에 따른 삼성전자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킨다’고 진술해주기로 약속”까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합의 뒤 삼성전자는 시장지배 사업자인 퀄컴으로부터 모뎀칩을 공급받는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지난해 계약을 하면서 “프리미엄급 통신칩의 100%를 퀄컴으로 독점 구매”하는 등의 조건으로 리베이트를 받기로 했다. 이는 이번 서울고법 판결 건과 별개로 2009년 한국 공정위가 퀄컴에 대해 금지를 명령한 ‘조건부 리베이트’와 같은 행태다. 공정위의 시정명령에도 퀄컴은 여전히 유사한 업태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법원은 삼성전자와의 ‘침묵 합의’가 “정부의 반독점법 시행 능력을 방해하는 것”이라며 퀄컴을 강하게 질타했다. 재판부는 이로 인해 “퀄컴의 향후 불법 행위가 정부에 보고되지 않게 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아예 시정명령을 통해 “퀄컴은 정부 당국의 법 집행과 관련해 고객사가 (정부와) 소통하는 것을 방해해선 안 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퀄컴이 삼성전자 등 고객사에 모뎀칩셋을 공급할 때 자사 특허 라이선스를 연계하지 말 것을 명령했는데, 이는 지난 4일 한국 법원의 판결과 같은 내용이다.
퀄컴은 미국 법원 판결에 항소해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퀄컴은 전날 나온 서울고법의 판결에 대해서도 즉각 상고 입장을 밝혔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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