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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곽윤섭의 포토인] 변해가네

등록 2020-01-10 09:00

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한 번 찍고 나면 내가 추가 후보정을 하지 않는 한, 사진은 바뀌지 않는다. 그런데 사진을 묵혀두었다가 나중에 다시 꺼내보면 바뀐 듯한 기분이 왕왕 든다. 어떤 대상이 불현듯 눈에 띄거나 옷 색깔이 바뀌거나 사람 방향이 달라 보이는 정도다.

아주 드물게 (영화 <알 포인트>처럼) 사진에 찍힌 사람 수가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 모두 착각 혹은 주의력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최근 이 사진을 다시 꺼냈다가 지난번에 보지 못한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횡단보도 오른쪽 고무 깔때기 모양 삼각콘에 붙은 형광테이프가 도로 아스팔트 색깔과 비슷해 착시효과가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1850년대에 찍힌 예루살렘 근처 베들레헴으로 가는 길 사진을 놓고 프랑스 사상가 롤랑 바르트는 세 가지 시간대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예수가 살아 있었을 때의 시간, 사진가가 그 자리에서 셔터를 눌렀을 때의 시간, 그리고 바르트가 그 사진을 바라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시간. 바르트가 보는 사진 속 베들레헴으로 가는 길은 사진이므로 실제이고 앞의 두 시간대와 다른 시간이란 뜻이다.

그렇다면 이 사진에선 어떤 시간대가 존재할까? 이곳은 서울 신촌이다. 내가 사진을 찍었던 2019년 3월 어느 토요일 시간대가 있다. 다음으론 그 전에도 그 후에도 하루에 수천 명이 이곳을 지나갔을 테니 그 수천 명에게 각자의 시간이 존재한다. 글을 쓰면서 사진을 들여다보는 2019년 12월 현재는 또 다른 시간대다. <이코노미 인사이트> 1월호를 받아보는 독자가 이 사진을 보는 건 다시 한번 다른 시간의 영역이다.

앨범에서 30년 전 대학 졸업식 사진을 꺼냈다. 디지털 파일과 달리 인화지 사진은 꺼내볼 때마다 색이 바래지는 걸 느낀다. 변하는 건 색깔만이 아니란 것도 느낀다.

글·사진 곽윤섭 <한겨레>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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