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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황금 비켜라” 매연저감시대 보석왕 꿰찬 ‘팔라듐’

등록 2020-01-19 16:37수정 2020-01-20 02:03

[친환경차 ‘핵심 귀금속’ 몸값 고공행진]

팔라듐, 백금족 6개 물질 중 하나
소비 85% 차 매연저감 촉매로 사용

전세계 배기가스 규제 바람 타고
수요 몰려 2025년까지 공급 부족

헤지펀드 사재기 가세로 값폭등
온스당 2182달러…금값 2배 육박
비슷한 귀금속 로듐도 금의 7배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프리기아의 왕 미다스의 소원은 ’손에 닿는 모든 것을 황금으로 변하게 하는 것’이었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신대륙에서 나오는 금은보화로 폐하는 막대한 군사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득해 머나먼 항해에 나설 수 있는 자금을 지원받았다. 금은 사람들의 욕망의 대상이었다. 반짝거리는 아름다움과 변하지 않는 속성을 지닌 황금은 오래전부터 가장 비싼 금속의 대명사였다. 그런데, 금값을 우습게 아는 금속들이 있다. 최근 화제가 되는 것이 팔라듐(palladium)이다.

16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금값은 온스당 1152달러에 거래됐다. 팔라듐은 온스당 2182달러로 금의 1.9배 가격에 거래됐다. 금, 팔라듐과 함께 4가지 귀금속으로 분류되는 백금과 은은 각각 1020달러, 18달러 선에 거래돼 금값에 못 미친다.

팔라듐은 백금족에 속하는 6가지 금속 가운데 하나로, 광택이 있는 백색을 띤다. 1802년, 세레스에 이어 두 번째로 발견된 소행성 팔라스(애초 그리스 신화의 기가스 가운데 하나)에서 이름을 따왔다. 팔라듐은 백금과 함께 자동차 매연저감장치에서 촉매로 쓰이는 대표적인 금속이다. 팔라듐 소비의 85%가 매연저감장치에 쓰인다.

팔라듐 가격은 2016년 초 온스당 550달러에서 상승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사상 최고치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2018년 하반기에 1000달러를 넘어서며 백금 가격을 추월하더니, 2019년 들어서는 1500달러를 넘어서며 금값도 추월해버렸다. 황병진 엔에이치(NH) 투자증권 원자재 담당 분석가는 “폭스바겐 사태(2015년 10월, 기준치를 초과하는 디젤 배기가스 배출량 결과를 조작한 사건) 이후 디젤 차량 기피현상이 휘발유 차량용 촉매인 팔라듐 수요 전망을 높여 팔라듐의 가격을 끌어올렸다”며 “신에너지차(NEVs) 시장의 하이브리드 성장세도 백금보다 팔라듐 가격에 호재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새로운 자동차 배기가스 테스트(WLTP)를 전면 실행함에 따라 자동차 촉매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중국도 2020년 6월부터 유럽·미국의 자동차 배출 기준과 비슷한 규제(6a)를 실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팔라듐과 백금을 미리 사두려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

그러나 팔라듐 공급은 증가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팔라듐은 주로 러시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생산한다. 백금이나 니켈 같은 다른 광물을 채취하고 그 부산물에서 추출한다. 세계 최대의 팔라듐 생산업체인 러시아의 노르니켈(Nornickel)사가 2018년 말 추정한 것을 보면, 2019년과 2020년에 팔라듐 공급은 수요보다 350만 온스가량 부족하다. 공급 부족은 2025년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헤지펀드들은 2018년부터 팔라듐을 공격적으로 사들였다. 러시아 다음으로 팔라듐 공급을 많이 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력 공급 차질이 장기간 지속돼 팔라듐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도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같은 귀금속이지만 금이나 백금은 안전자산의 성격이 짙다. 금은 산업용으로는 7%밖에 쓰이지 않고, 50%가 장신구에 쓰인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금값은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때 값이 오른다. 뉴욕증권거래소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금 가격의 상관성을 살펴보면 S&P500 지수가 표준편차 2 이상으로 상승하거나 하락할 때 금 가격이 상승했다고 한다. 불황일 때는 안전자산으로의 성격이, 호황일 때는 하나의 원자재, 즉 장신구의 성격이 두드러지면서 금값에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산업용 원자재로 많이 쓰이는 구리는 ‘닥터 쿠퍼(copper)’, 즉 구리 박사로 불린다. 구리 가격이 실물경제가 어디로 흘러갈지 잘 알려주는 선행지표라는 의미다. 원유나 금과 달리 지정학적, 정치적 영향을 덜 받으면서 제조업 전반에 두루 쓰이고 모든 인프라 산업에 두루 활용되기 때문이다. 특히 신흥국 실물경기를 잘 예측한다.

80%가 산업용으로 쓰이는 팔라듐 가격은 변동성이 매우 크다. 2000년 초 온스당 434달러였던 팔라듐 가격이 2001년 1월 1101달러로 13개월 사이에 156% 상승한 적이 있다. 러시아 정부가 자동차 촉매변환기와 가전제품, 치과 재료로 쓰이는 팔라듐 수출을 규제해 공급 부족 우려가 대두한 까닭이다. 포드 자동차는 가격을 불문하고 시장에서 팔라듐을 사들였다. 그러나 2001년 이후 러시아가 팔라듐 수출을 점진적으로 늘리자 팔라듐 가격은 2003년에 150달러대로 하락했다.

희귀금속인 희토류는 팔라듐처럼 가격이 급등락한 다른 사례다.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97%를 점유하던 중국이 2010년, 영구자석이나 유리 연마제 등에 쓰이는 희토류 수출규모를 줄이자 가격이 폭등했다. 2010년 9월 센카쿠열도 영유권을 둘러싼 충돌로 중국이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규제하자 일본은 닥치는 대로 희토류를 사들였다. 이런 사태를 겪은 미국과 일본이 ‘희토류 독립’을 추진하면서 희토류 가격은 떨어졌다. 2019년 가격은 2009년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매연저감장치 촉매제로는 백금도 쓰인다. 팔라듐이 비싸면 백금을 쓰면 될 것 아닌가? 김소현 연구원은 이에 대해 “가격 차이가 크면 대체하겠지만 팔라듐만이 아니라 백금도 값이 많이 올랐다. 백금으로 대체하는 데도 기술개발에 12~18개월이 걸리는데, 아직 백금으로 대체하려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기자동차는 배기가스가 없기 때문에 매연저감장치가 필요 없다. 촉매제도 필요 없다. 그러나 전기차가 시장을 지배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오히려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자동차 1대에 더 많은 촉매제가 필요하니 수요가 커지는 국면이다.

2018년 8월 서울 마포 성산자동차검사소에서 디젤차가 배출가스 검사를 받고 있다. 팔라듐은 백금과 함께 자동차 매연저감장치에서 촉매로 쓰이는 대표적인 금속이다.연합뉴스
2018년 8월 서울 마포 성산자동차검사소에서 디젤차가 배출가스 검사를 받고 있다. 팔라듐은 백금과 함께 자동차 매연저감장치에서 촉매로 쓰이는 대표적인 금속이다.연합뉴스

가격으로만 보면 팔라늄을 훨씬 능가하는 금속이 있다. 로듐이다. 로듐도 백금족 원소로 팔라듐, 백금처럼 자동차 매연저감창치 촉매제로 쓰인다. 세계 생산량은 팔라듐의 10분의 1 수준인데, 그 가운데 80%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생산한다.

머니메탈스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로듐 가격은 16일 1온스당 7975달러다. 금값의 6.9배, 팔라듐의 3.7배에 이른다. 거래는 생산자와 기업 사이에서 주로 이뤄진다. 로듐 가격은 2019년까지 최근 4년간 12배 뛰었다. 올해 들어서도 벌써 30% 넘게 뛰었다. 블룸버그는 헤라우스 홀딩스의 트레이너 다니엘의 말을 인용해 “올해의 로듐 가격 상승은 아시아의 수요에 의한 것이었다. 매수가 또 다른 매수를 불러왔다. 10년 만의 커다란 가격변동이다”라고 전했다.

로듐 가격은 2004년 800달러대에서 시작해 2008년 7월 1만100달러까지 폭등한 적이 있다. 그런데 12월에는 1050달러까지 폭락해버렸다. 2008년 폭등을 계기로 자동차 업체들은 매연저감장치 촉매제를 로듐에서 백금이나 팔라듐으로 바꿨다. 한때 아무리 비싸도 산업재인 로듐이나 팔라듐은 말로만 귀금속인 셈이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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