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 내 하천 토양에서 확인된 방사성 물질 유출 사건의 원인은 시설 운영 미숙 등 관리부실과 유출 시설의 설계 문제인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가 된 자연증발시설은 82년에 지어진 것으로 30년이 넘은 지금에서야 설계상의 문제를 발견한 것 역시 관리책임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월 31일 114차 회의를 열고 21일부터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방사성물질 방출사건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를 사무처로부터 보고 받았다. 앞서 지난 22일 원안위는 한국원자력연구원 내 자연증발시설에서 세슘-137, 세슘-134, 코발트-60 등 인공방사성 핵종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방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자연증발시설은 연구원에서 나온 극저준위(리터당 185베크렐 이하) 방사성 액체 폐기물을 증발시켜 폐기물 찌꺼기(슬러지)를 걸러내는 시설이다.
원안위는 시설 안에서 물기가 증발되어야 하는 오염수가 흘러나온 원인으로 시설운영자의 미숙한 관리를 지적했다. 필터 문제로 오염수가 제대로 흐르지 않는 상황에서 필터를 곧바로 교체하는 대신 밸브를 최대치로 열어 오염수량을 늘렸고 이후 필터를 교체한 뒤에도 열린 밸브를 조정하지 않아 오염수가 넘쳐흘렀다는 것이다. 흘러넘친 오염수는 기계실로 들어갔고 운영자는 오염수를 1층 준비실의 배수구에 버려 시설 밖 우수관으로 흘러나갔다. 이 역시 배수구가 지하 오염수 저장조로 연결된 줄 알았던 운영자의 판단착오로 벌어진 것이다. 해당 시설 운영자는 지난해부터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시설 안에서 새어나간 오염수가 기계실로 유입되고 배수관이 직접 우수관으로 연결되는 등 설계상의 오류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 원자력연구원이 자연증발 시설의 필터를 교체할 때마다 오염수가 50ℓ 정도씩 유출된다는 것도 확인했다. 지난 30년간 2년 주기로 13회에 걸쳐 필터를 교체했다고 가정하면, 총 650ℓ 정도의 오염수가 배출된 셈이다.
보고 후 질의 응답에서 이병령 원안위원은 “문제가 되는 필터를 바로 교체하지 않은 건 매우 심각한 문제로 원자력연구원의 근무태도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은 상황에서 심각한 관리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고 비판했다.
다만 이번 사고 이후 연구원 외부를 흐르는 덕진천과 관평천, 갑천 등에서 채취한 토양과 하천수 시료의 경우 평상시 방사능 농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원안위 사무처는 설명했다. 원안위는 30일 원자력연구원에 자연증발 시설 사용정지 명령을 내리고 오염된 토양을 제염· 밀봉하도록 조치했다.
원안위는 3월 경 최종 보고를 받고 행정처분이나 관리책임에 대한 징계, 재발방지대책에 대해 다시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김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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