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1월 기준으로 1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안심전환대출로 제2금융권 주택대출이 대거 은행으로 넘어온데다, ‘12·16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은 시차가 있어 대출규제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1일 금융위원회·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1월 중 가계대출 동향’을 보면, 지난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한달 전보다 4조3천억원 증가했다. 증가폭이 전월(5조6천억원)보다는 축소됐지만, 1월 기준으로만 보면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4년 이후 최대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시행으로 비은행권에서 은행권으로 갈아탄 대출 규모가 1조4천억원이나 됐다. 제2금융권 주택대출에서는 1조3천억원이 빠져 금융권 전체로 보면 주택대출은 3조원 늘었다.
안심전환대출을 제외한 은행권의 주택대출 증가폭(2조9천억원)도 1월 기준으로 2004년 이후 최대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주택 자금대출을 제한한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1월 대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주택매매계약 뒤 자금 수요까지 2개월 안팎의 시차가 있는데 대책 발표 전인 지난해 11월 전후로 주택거래량이 상당했고 전세자금 수요도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부동산 통계(7일 기준)를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와 전세 거래량은 지난해 11월 1만1천가구와 1만가구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 12월에는 둘다 9천가구로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2월 이후에는 정부 대책의 효과가 차츰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택대출 증가 영향으로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을 합친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폭(3조7천억원)도 1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제2금융권에서는 1조8천억원이 줄어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1조9천억원 늘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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