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에 쓰이는 니코틴 용액 가운데 과세 대상에서 빠져있는 니코틴의 지난해 수입액이 전년보다 3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수입업자가 세금을 피하기 위해 원료를 속여 비과세 니코틴인 것처럼 허위 신고하는 사례도 늘면서 세수 구멍이 발생하지만, 국회에서 과세 입법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16일 <한겨레>가 관세청에서 받은 ‘전자담배 용액 수입 현황’ 자료를 보면, 니코틴이 함유된 전자담배 용액의 지난해 수입량은 471t, 수입금액은 3446만2천달러였다. 2018년(수입량 181t, 수입금액 1123만4천달러)에 비해 수입량은 2.6배, 수입금액은 3.1배 증가했다. 니코틴 용액의 원료는 △연초의 잎 △연초의 뿌리·줄기 △합성니코틴으로 나뉜다. 현행 담배사업법상 연초의 잎에서 추출한 니코틴만 담배로 인정돼, 개별소비세 등 담뱃세를 과세한다.
비과세 니코틴 용액의 지난해 수입량은 417t으로 전년(175t) 대비 2.4배 늘었다. 수입금액은 2882만3천달러로 전년(1017만4천달러)보다 2.8배 많아졌다. 특히 기획재정부가 연초의 뿌리·줄기 추출 및 합성니코틴은 비과세 대상이라고 유권해석을 한 뒤 비과세 니코틴으로 수입 신고하는 양이 매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전체 니코틴 용액 수입량 가운데 비과세 니코틴 용액의 비중은 2016년 23%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89%에 이르렀다.
연초의 뿌리·줄기에서 추출할 수 있는 니코틴양은 잎에서 추출할 때보다 매우 적기 때문에 사업성이 낮다. 이 때문에 정부는 수입업자들이 과세를 피하기 위해 뿌리·줄기에서 추출한 것처럼 허위신고한 경우가 다수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감사원이 공개한 ‘연초 줄기·뿌리 추출 전자담배 니코틴 용액의 수입 및 관리실태’ 보고서를 보면, 2015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연초의 줄기·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 용액 수입신고 상위 18개 업체 가운데 14개 업체가 사진 자료 등 원료를 입증할 서류를 갖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7개 업체는 원료를 허위로 신고한 혐의도 파악됐지만 관세청이 관리에 소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관세청은 지난해 9월부터 니코틴 용액 수입 시 증빙자료를 반드시 제출받도록 하는 수입통관 관리강화 방안을 시행했다.
하지만 통관 강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근본적으로 연초의 줄기·뿌리 추출 용액도 담배에 포함해 과세하도록 담배사업법을 개정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난해 여야 의원들이 관련 법을 발의했고 정부도 이에 동의해 지난 연말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사실상 입법이 중단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이 민감한 담배 이슈 논의를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기재부는 또 다른 비과세 대상인 합성니코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의 유해성 검사 결과를 토대로 상반기 안에 과세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기재부가 추진하는 전자담배 세율 조정을 위한 연구용역은 지난해 12월 완료될 계획이었지만 새로운 과세 기준 검토에 시간이 걸리면서 올해 6월로 연기됐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