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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1달러=1000원 붕괴…“미 금리인상 속도조절” 달러 약세로

등록 2006-01-04 19:24수정 2006-01-04 19:30

연준 “금리인상 많지않아”…환율 세자리수 하락
전문가들 “환율 떨어지겠지만 급락않을 것” 전망

원-달러 환율이 새해 외환시장 개장 사흘 만에 심리적 지지선인 1000원 아래로 떨어졌다. 세자릿수 환율은 지난해 5월12일 이후 여덟달 만의 일이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6.90원 하락한 달러당 998.50원으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한때 997.90원까지 하락하다 1003.00원까지 상승하는 등 출렁임을 보였다. 외환당국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구두개입과 함께 물량개입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달러 환율이 1달러당 1000원 선이 무너진 4일 서울 명동 외환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외환시세 추이를 심각한 표정으로 살펴보고 있다. 이정용 기자 <A href="mailto:lee312@hani.co.kr">lee312@hani.co.kr</A>
원-달러 환율이 1달러당 1000원 선이 무너진 4일 서울 명동 외환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외환시세 추이를 심각한 표정으로 살펴보고 있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환율 왜 떨어지나?=원-달러 환율이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이 예상되고 있는데다 최근 역외시장에서 이를 미리 반영한 헤지펀드가 달러화를 대량으로 팔아치운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날 시장에서는 미국 연준(FRB)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2월 의사록이 공개되면서 엔-달러 환율 역시 급락하는 등 달러 약세 현상이 나타났다. 의사록에서 연준은 “인플레이션 억제에 필요한 금리인상 횟수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미국 금리인상이 올해 중 한두 차례 단행된 뒤 중단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노상칠 국민은행 외환자금팀 과장은 “미국 금리인상 조기 마감으로 달러 약세를 예상한 국외 헤지펀드들이 서둘러 달러화를 팔고 있다”며 “연초 시장에 달러화 매도물량(공급)은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결제를 위한 매수(수요)세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전날 역외시장에서 헤지펀드가 판 달러화는 10억~2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며, 한은은 전날 7억~10억달러에 이어 이날도 3억~4억달러어치의 시장개입(달러화 매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까지 떨어지나?=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화 강세가 예상보다 빨리 끝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원-달러 환율도 올해 평균 1000원대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엘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연말 애초 올해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달러당 1050원에서 990원으로 내린 데 이어, 한국금융연구원도 전망치를 1010원에서 1000원으로 수정하고 하한선을 990원으로 고쳐 잡았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올해 중국 위안화 추가절상 가능성, 국내 달러화 공급우위 등으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하반기 중 세자릿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환율 하락이 앞으로 계속되겠지만 급락하는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외환딜러는 “급락장이 예상되지는 않으며 약보합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한 뒤 “상반기에는 오히려 환율이 1100원대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재 상황대로라면 상반기에 저점을 찍은 뒤 하반기에는 강보합이나 횡보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광주 한은 국제국장은 “최근 환율 하락은 ‘연초’ 현상으로 조만간 반등해 올해 평균으로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1000원대)을 유지할 것”이라며 “현재 외환시장은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성재 석진환 기자 seong68@hani.co.kr


유가도 ‘들먹’ 경기회복 기대감 ‘찬물’

예상환율 낮춰잡은 대기업 ‘여유’…중소기업은 채산성 ‘울상’

4일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000원 아래로 급락하며 경기회복을 기대하는 정부와 산업계에 찬물을 끼얹었다. 더욱이 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 중질유가 지난주 종가에 견줘 2.1달러 급등한 배럴당 63.14달러까지 오르는 등 국제유가마저 급등세를 나타내 업계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교과서적으로 보면, 원-달러 환율이 내리면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이 떨어지나 국외에서 조달하는 부품가격은 내려가고, 물가도 어느 정도 안정되는 상반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김철주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 경제분석과장은 “올해 환율은 떨어지고 유가는 오른다는 건 이미 예상된 일”이라며 “중소 수출업자들의 채산성은 떨어지겠지만, 국내 수출업체들의 비가격 경쟁력이 많이 올라 예전에 비해선 영향이 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한은은 환율이 1% 하락하면, 성장률은 0.06%포인트 떨어지고, 경상수지도 연간 5억2천만달러 악화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소비자물가도 0.08%포인트 떨어지는 효과도 동시에 발생한다. 정부가 올해 성장률 목표를 5%로 할 때, 연평균 환율은 1010원 정도로 잡았다.

정부는 유가에 대해선 이날 텍사스 중질유가 많이 올랐으나, 우리나라 원유 수입의 80%를 차지하는 두바이유가 50달러 중반을 유지하고 있어 아직은 견딜 만한 수준이며, 환율 하락이 어느 정도 유가상승 완충작용을 한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조영무 엘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대기업들은 생산성 향상, 비용절감 등을 통해 환율 하락에 따른 채산성 악화를 어느 정도 흡수하겠지만, 대응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들은 충격강도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올해 연평균 예상 환율을 대기업들은 980~1000원으로 본 데 반해 중소기업들은 1000~1050원으로 봐 상당한 차이를 나타낸다. 지난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1025원이었다. 신승관 무역연구소 연구위원은 “이 정도의 환율 하락에 버틸 수 있는 곳은 수출 중소기업의 약 10% 정도밖에 안 된다”며 “다른 중소기업들은 한두달 안에 환율이 다시 오르길 기대하며 출혈수출을 감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수출 중소기업들에는 ‘1010원’이 환율 손익분기점이라는 게 연구소 설명이다. 또 중소기업들의 상당수가 바이어들과의 계약을 3~6개월 단위로 미리 해놓기 때문에 이처럼 환율이 급격히 하락하면 그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종별로는 자동차부품, 위성방송 관련 중소기업들이 그나마 상대적인 환방어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혜숙 기협중앙회 국제통상팀 대리는 “중소기업들이 환율에 민감하면서도 대부분 대비는 못한 채 환리스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중소기업들의 해외마케팅 활동이 위축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대기업들은 올해 예상 환율을 900원대로 낮춰잡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경영계획상 환율을 달러당 950~1000원으로 책정했다. 삼성전자는 원화가치가 100원 절상될 때마다 영업이익이 2조원씩 줄어드는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현재 결제통화의 60%인 달러화 비중을 유로·엔화 등으로 다변화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삼성전자는 “비록 세계시장 지배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독점체제가 아닌 이상, 환율이 떨어졌다고 그때그때 가격을 올리긴 힘들다”며 “환율에 연동된 부품가격 하락에 의한 비용절감, 구조혁신 노력을 지속해 최악의 경우 환율이 900원까지 내려가도 버틸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도 기준환율을 지난해 1050원에서 올해 950원으로 크게 낮춰 잡았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앨라배마공장을 통한 제품 현지화 전략, 유럽 등 비달러지역 수출 확대 등의 방안을 추진중이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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