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이 오랜 감소 흐름을 끝내고 8분기 만에 증가로 전환했다. 정부 일자리사업 확대로 취업자가 많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율이 고소득층보다 더 높아져, 상-하위 소득 격차도 2분기 연속 개선됐다.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2인 가구 이상) 결과를 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77만2천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6% 증가했다. 근로소득(329만7천원)은 전년보다 5.8% 늘었고, 사업소득(89만2천원)은 2.2% 감소했다. 국민연금·기초연금·아동수당 등이 포함된 이전소득(54만2천원)도 3.7% 증가했다.
계층별로 보면,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32만4천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6.9% 증가했다. 바로 위 계층인 2분위(소득 하위 20~40%) 가구 소득(294만1천원)은 6% 늘었다. 3분위(429만1천원)와 4분위(584만1천원) 소득도 각각 4.4%, 4.8% 증가했다. 소득이 가장 높은 계층인 5분위(소득 상위 20%) 소득은 945만9천원으로 1.4% 늘었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소득 격차를 보여주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26배로 전년(5.47배)보다 0.21배포인트 줄었다. 3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 감소했다. 하지만 2017년 4.61배에 비하면 여전히 소득 격차는 큰 편이다.
저소득층(1분위)의 근로소득이 8분기 만에 증가로 전환한 점이 눈에 띄는 결과다. 급속한 고령화로 1분위에 무직·고령 가구가 빠르게 유입돼 이 계층의 근로소득은 2018년 1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7분기 연속 감소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취업자가 비교적 많이 늘면서 1분위의 근로소득(45만8천원)은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했다. 1분위 내에서 근로자 가구 비중은 29.7%로 전년 같은 기간(28.5%)보다 1.2%포인트 늘었다. 은순현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나머지 근로자 외 가구(70.3%) 가운데 무직 가구 비중은 줄어들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일자리사업을 통해 1분위 가구 소득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경기 부진으로 자영업 불황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4분기 전체 가구의 월평균 사업소득(89만2천원)은 전년보다 2.2% 줄었다. 2018년 4분기부터 5분기 연속 감소했는데,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장 기간 감소세다. 중상위 계층인 3분위(-10.9%), 4분위(-7%), 5분위(-4.2%)에서 사업소득이 비교적 많이 감소했다. 통계청은 3~5분위에 속한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들이 사업 부진을 겪는 데다 경기 부진으로 자영업자 비중 자체가 감소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세금·사회보험료·이자비용 같은 ‘비소비지출’은 104만7천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 증가했다. 사회보험료(10.1%) 이자비용(11.5%), 가구 간 이전지출(12.8%) 등이 비교적 많이 늘었다. 은순현 국장은 “최근 시장금리는 하락했지만 가계대출 잔액이 늘어 이자비용이 증가했고, 사회보험료율이 오른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전체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전년보다 2% 늘어 3분기 연속 증가했다. 처분가능소득은 가계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제외하고 가구가 실질적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을 말한다. 1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5.3% 늘었지만 5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0.8% 줄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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