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92명으로 떨어져 또다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당장 올해부터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이 26일 발표한 ‘2019년 출생·사망통계’를 보면,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92명으로 1970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뒤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합계출산율이 1명을 밑돈다는 것은 한 세대가 지나면 출생아 수가 지금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들 가운데 꼴찌다. 한국에 이어 합계출산율이 낮은 나라는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지만 이들 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3명대다.
지난해 전체 출생아 수는 30만3100명으로 30만명을 겨우 넘겼다. 2018년 출생아 32만6822명보다 7.2%나 줄어든 수치다. 1970년대 100만명대였던 한해 출생아 수는 2002년에 40만명대로 떨어졌고, 2017년부터 30만명대로 진입했다. 지금 속도라면 내년에는 30만명 선도 깨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인구 자연감소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출생아 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데 반해, 노인 인구의 증가로 사망자 수는 완만하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출생아와 사망자(29만5100명) 수를 비교한 인구 자연증가는 8천명에 그쳐 역대 최소치를 기록했다. 김진 과장은 “자연증가 8천명은 사실상 0에 가까운 숫자”라며 “출생아 수가 계속 줄고 고령화 때문에 사망자 수가 늘어나는 추세가 지속되면 올해 자연감소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앞서 통계청은 지난해 3월 발표한 ‘장래인구 특별추계 2017~2067년’에서 2019년부터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장래인구 특별추계에서 연도 계산은 하반기가 시작되는 7월1일부터 이듬해 6월 말까지로 하기 때문에, 인구 자연감소 시점을 2019년(2019년 7월1일~2020년 6월30일)으로 예측한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실제 지난해 4분기에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뛰어넘어 분기별 인구 자연감소(-7300명)는 이미 시작됐다. 통계청이 2016년 발표한 ‘장래인구 추계’(2015~2065년)에서 예측된 인구 자연감소 시점은 2029년이었다. 그러나 애초 예상을 뛰어넘는 급격한 저출산·고령화에 통계청은 2018년 장래인구 특별추계를 공표했다. 2년 만에 시점 예측이 10년이나 앞당겨진 셈이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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