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납세자연맹과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017년 8월24일 국회 정문 앞에서 '종교인 과세 유예법안 발의 국회의원 사퇴 요구 기자회견'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20대 국회가 종교인 과세를 끝내 완화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50년 만에 간신히 국회 문턱을 넘은 종교인 과세 법안이 불과 2년 만에 후퇴하려는 위기에 직면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4일 오후 전체회의에 소득세법 개정안을 상정해 안건 심사를 하기로 했다. 개정안은 종교인 퇴직소득에 대한 과세 범위를 종교인 과세가 시행된 2018년 1월1일 이후 발생분으로 줄여주는 내용이다.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 자체가 겨우 실시된 마당에, 그간 적립된 퇴직금에 대한 세부담마저 사실상 소급해서 완화해주는 내용이다.
여야 합의로 마련된 이 개정안은 정부 쪽 동의까지 얻어 일사천리로 진행돼 왔다. 이 법안은 지난해 3월 소관 상임위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 상정된 뒤 불과 사흘 만에 기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이어 법사위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채이배 민주통합의원모임(당시 바른미래당) 의원 등의 강력한 반발에 법안 처리를 미루고 개정안을 소위에 상정했다. 사회적 논란이 큰 법안으로 의견 수렴 등 절차적 정당성을 갖춰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법사위 소위는 지난해 7월 이 법안을 슬그머니 통과시켰다. 당시 소위 회의록을 보면,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퇴직금을 많이 받는 대형 교회 목사들은 큰 혜택을 받지만, 대부분의 교회 목사들은 큰 차이가 없다”며 종교인들 사이의 형평성에 관한 문제제기를 했지만, 결국 법안은 별다른 이견없이 여야 합의로 처리됐다. 이제 남은 절차는 법사위 전체회의와 본회의 뿐이다. 두 단계 문턱만 넘으면 퇴직금 전액에 대해 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 일반 직장인과 달리, 종교인들은 2018년 1월1일 이후 2년여 동안 축적된 퇴직금에 대해서만 소득세를 물게 되는 셈이다.
시민단체들은 어렵사리 도입된 종교인 과세를 후퇴시키는 이 법 개정안에 반발해왔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소득세법 개정안의 철회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국회 법사위원 전원에 제출한 바 있다. 납세자연맹은 당시 의견서에서 “종교인 퇴직소득세 완화 입법안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특정 납세의무자를 우대하는 것으로 조세평등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국회의 종교인 과세 완화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코로나19로 국민의 삶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논의해야 하는 엄중한 시국에 조세정의에도 부합하지 않고, 많은 국민이 반대하는 소수 종교인 특혜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것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총선을 목적에 두고 여야가 졸속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시도를 강력히 규탄하며, 국회 스스로 조세정의를 무너뜨리는 것과 다를 바 없음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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