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올해 ‘혁신’과 ‘소비자 피해’의 균형을 맞춘 기업결합(M&A) 정책을 마련하고 기업집단 공시제도를 전면 개선하는 등 시장 친화적인 제도 기반 구축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5일 세종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2020년 공정위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배달 플랫폼 등 신산업 분야 엠엔에이(M&A)에 대해서 동태적 효율성과 소비자 피해 방지의 측면을 균형 있게 심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동태적 효율성’은 기업결합으로 기술력이 높아지거나 새로운 사업자가 들어와 경쟁이 촉진될 가능성을 뜻한다. 효율성 증가 등 기업결합의 ‘혁신적’인 부분과 함께 독과점 피해 방지도 놓치지 않고 함께 고려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공정위는 또 기존의 총자산·매출액을 기준으로 한 기업결합 신고기준에 ‘거래금액 기준’을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 조 위원장은 “예를 들어, 페이스북과 왓츠앱의 기업결합은 (기존 기준으로는) 기업결합 심사 범위에 들지 않는다”며 “다른 나라 기업결합이 국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도 공정위가 심사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심사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총자산이나 매출액이 적어 기업결합 심사에서 제외됐던 기업도 미래 가치가 크다는 점이 인정되면 앞으로는 국외·국내를 가리지 않고 기업결합 심사 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의미다.
5일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2020년 공정위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공정위 제공
공정위는 또 시장 감시기능 강화를 위해 3개 공시제도를 전면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공정위 공시는 대규모내부거래의 이사회 의결 및 공시, 비상장사 중요사항 공시, 기업집단 현황공시 등 3개다. 공정위는 산업재산권 등 무형자산 거래와 관련한 공시항목을 마련하는 등 앞으로 새로운 공시사항을 발굴해 구체화할 계획이다. 민혜영 공시점검과장은 “공시 개선을 통해 기업이 스스로 법 위반 행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감 몰아주기 근절과 함께 일감 나누기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정책도 나왔다. 일감 몰아주기 근절을 위해서는 공정위가 국세청의 일감몰아주기 과세정보를 공유받아 대·중견기업의 불법행위를 감시하고, 일감 나누기 확산을 위해서는 비계열 중소기업으로의 일감 나누기 실적을 지수화해 공정거래협약 이행 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공정거래협약 이행 평가에서 최우수 또는 우수 등급을 받으면 공정위 조사가 1~2년 면제된다. 일감 나누기 지수는 국토교통부의 물류우수기업 인증,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소프트웨어(SW) 우수 발주자 심사 등에도 평가 요소로 활용될 예정이다.
공정위는 또 중형 조선사·건설사, 자사브랜드(PB) 하도급 거래 분야의 불공정 피해를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법 개정을 통해 하도급 대금을 조정할 때 조정협의권자에 중기중앙회를 포함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하도급 관련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업자가 스스로 피해구제를 하거나 자진시정을 할 때는 과징금 등을 경감하는 조처도 함께 내놨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중심으로는 동의의결제도를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도 나왔다. 동의의결제도는 공정거래법 위반 기업이 스스로 피해 보상 등 시정 방안을 제안하면 공정위가 법적 제재 없이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를 말한다.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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