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 중 매출액 상위 200개 기업의 여성 등기임원 비율이 2.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200대 기업의 여성 등기임원 비율이 28.4%인 것에 비해 10분의 1 수준이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시이오(CEO)스코어(대표 박주근)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국내 매추액 상위 200대 상장사의 등기임원 1444명(2019년 9월 기준·사외이사 포함)을 전수 조사한 결과, 여성 등기임원은 총 39명(2.7%)으로 집계됐다고 8일 밝혔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분석한 미국 200대 기업의 여성 등기임원 비중(2019년 7월 기준)이 28.4%(684명)인 것을 고려하면 한국의 여성 등기임원 비중은 크게 낮은 수준이다.
특히 국내 200대 상장사 가운데 여성 등기임원이 단 1명도 없는 곳은 168곳으로 전체 기업의 84%에 이른다. 나머지 32곳(16%) 중에서도 여성 등기임원이 3명 이상인 곳은 공기업인 한국지역난방공사 1곳뿐이었다. 삼성전자 등 5곳이 2명, 나머지 26곳은 1명이다. 미국의 경우 모든 200대 기업이 여성 등기임원을 적어도 1명 이상 두고 있다.
이는 여성 등기임원 비중을 높여가는 세계적인 흐름에 한국이 상당히 뒤처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노르웨이는 이사회 인원이 9명 이상인 경우 남녀 각각 40% 이상의 이사를 둬야 한다. 독일도 근로자 수 2천명 이상인 상장회사는 감독이사회(사외이사 격) 구성원의 30% 이상을 여성한테 할당하도록 했다. 유럽연합(EU)은 올해까지 이사회의 여성 비율을 40%까지 높이도록 권고했다.
한국도 자산 2조원이 넘는 대기업이 여성 임원을 1명 이상 포함하도록 권고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지난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통과된 법안은 애초 여성 임원을 최소 3분의 1 할당하도록 의무화하는 초안에서 대폭 후퇴했다. 더구나 ‘의무 규정’마저 ‘노력 규정’으로 바뀌어 이를 위반해도 처벌할 수 없다.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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