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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조성욱 공정위원장 “6개 재벌 부당 내부거래 확인…4월부터 제재”

등록 2020-03-18 04:59수정 2020-03-18 09:39

[곽정수 논설위원의 직격 인터뷰]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하림·금호·한화·미래에셋·아모레·SPC 적발
“경기 무관하게 재벌개혁 일관되게 추진”

전염병으로 여행취소 땐 계약금 환불
‘소비자 분쟁해결 기준’ 개정 추진키로
마스크 온라인판매 부당취소 4건 적발

ICT 분야 혁신 저해·독과점 남용 집중 감시
BHC 부당한 가맹계약 해지 곧 제재 착수
현대중-대우조선 합병 심사 7~8월 발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의 공정위원장 사무실에서 곽정수 <한겨레> 논설위원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의 공정위원장 사무실에서 곽정수 <한겨레> 논설위원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시장경제의 파수꾼’으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경쟁당국으로서 경쟁 촉진과 소비자 보호라는 무거운 책임을 맡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공정경제’의 주무부처이기도 하다. 조성욱 위원장은 1981년 공정위 설립 이후 최초의 여성 수장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지만 공정경제를 위한 재벌개혁과 갑질 근절은 잠시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조 위원장은 지난 12일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경기 상황과 무관하게 재벌의 부당지원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일관되게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6개 그룹의 부당 내부거래 혐의가 확인돼 위원회에 상정(검찰의 기소에 해당)했고, 4월부터 순차적으로 제재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의 재벌 제재는 지난해 6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그동안 공정위는 하림·금호아시아나·한화·미래에셋·아모레퍼시픽·에스피씨(SPC) 등 6개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 내부거래 혐의를 조사해왔다.

조 위원장은 코로나19 감염증 확산 이후 여행 예약의 취소·연기에 따른 위약금 분쟁이 급증하는 것에 대해 “전염병으로 인해 여행 목적을 달성할 수 없어 부득이하게 취소하는 경우 (위약금을 물지 않고) 계약금을 전액 돌려받을 수 있도록 ‘소비자 분쟁해결 기준’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분쟁해결 기준은 분쟁해결을 위한 합의·권고의 기준이 된다.

조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취임 6개월을 맞아 이뤄졌다. 지난해 9월9일 취임 이후 국내 언론과의 첫 공식 인터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여행·항공권·예식장 등의 예약 취소·연기로 인한 위약금 관련 상담과 분쟁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8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현행 소비자 분쟁해결 기준에는 천재지변, 정부의 명령 등으로 여행 목적을 달성할 수 없어 취소하는 경우에만 계약금을 전액 환불하도록 되어 있다. 여기에 코로나 같은 전염병 사유도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앞으로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이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공정위는 사업자의 어려움도 큰 것을 감안해 코로나19처럼 각국의 입국금지, 격리조처로 인해 여행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전염병으로 국한할 방침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온라인 마스크 매점매석, 가격 담합, 부당한 주문취소와 끼워팔기 같은 시장 교란행위를 조사 중이다. 성과는 있는가?

“온라인 마스크 판매업자의 부당한 주문취소 행위를 4건 적발해 제재 절차를 밟고 있다. 재고가 있는데도 가격을 올리려고 주문을 취소하면 법 위반이다.”

―지난 5일 새해 업무계획에서 신산업 등의 혁신생태계 구현을 강조했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혁신경쟁을 해치는 독과점 남용 행위에는 어떤 것이 있나?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가 거래 상대방에게 동시에 여러 플랫폼을 이용하는 ‘멀티호밍’을 가로막는 배타조건부 거래행위, 온라인여행사업자가 숙박업소에 최저가 보장을 요구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거대 아이시티 기업들은 혁신의 주역이면서, 동시에 혁신경쟁을 위협한다. 혁신생태계가 구현돼야 역동적인 경쟁이 이뤄지고 소비자가 기술발전의 혜택을 누린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아이시티 특별전담팀 안에 온라인 플랫폼, 모바일, 지식재산권, 반도체 등 4개 부문으로 구성된 감시분과를 운영 중이다.”

―아이시티 분야는 기존 공정거래법 체계로만 규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하는데?

“4차 산업혁명, 디지털 경제의 진전에 따라 기존 법체계로 규율하기 어려운 다양한 경쟁 이슈가 제기된다. 온라인 플랫폼과 중소상공인 간의 불공정거래 발생과 데이터시장에서의 경쟁 및 소비자 문제가 대표적이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은 대형 판매업자의 중소 납품업체에 대한 불공정행위를 규제하는데, 온라인 플랫폼은 단순 중개업자여서 대규모유통업법 적용이 어렵다. 이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아이시티 특별전담팀 안에 정책분과를 운영 중이다.”

―배달서비스 업체인 요기요를 보유한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의민족을 인수하기로 했다. 배달시장의 100%를 독점한다는 우려도 있는데.

“신산업 분야의 기업 인수합병은 경쟁 제한으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우려와 효율성에 미치는 효과를 비교해 균형 있게 볼 것이다. 특히 인수합병으로 탄생한 새로운 기업의 기술혁신으로 인한 소비자가격 인하 같은 동태적 효율성에 주목하고 있다. 배달시장도 배달앱, 전화배달, 쿠팡 등 전자상거래 업체의 배달 등 다양하다. 경제분석을 통해 어느 범위까지 ‘관련 시장’에 포함하는 게 좋은지 종합적으로 보고 있다.”

―국회에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타다가 11인승 렌터카 기반 차량호출서비스 중 핵심인 ‘타다 베이직’을 4월10일 이후 중단하기로 하고, 이재웅 대표도 사임하는 등 논란이 이어진다.

“국회가 여러 요인을 고려해 법을 통과시킨 만큼 존중해야 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새로운 혁신과 (택시업계와의) 상생 방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혁신을 통한 새로운 경쟁의 출현은 경쟁촉진과 소비자후생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없다. 정부와 국회가 택시업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이는 보완조처를 강구하고, 사회 전체로 혁신의 긍정적 효과를 키워야 한다.”

―공정위가 가맹분야의 갑질 근절을 강조한다. 하지만 치킨 가맹본부인 비에이치씨(BHC)가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성 훼손’ 등을 이유로 가맹점과의 계약을 부당하게 해지했다는 신고가 여러 건 접수됐다. 1년이 다 되도록 사건 처리가 늦어지면서, 유사 사례가 빈발한다는 하소연이 많다.

“비에이치씨는 가맹계약 부당해지 등의 혐의가 확인돼 곧 제재 절차를 밟을 것이다. 또 가맹본부가 자의적 판단으로 가맹계약을 해지하는 것을 금지하는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도 이르면 4월 중에 국무회의를 통과한다. 갑질 사건이 기대만큼 빨리 처리되지 못해 죄송하다. 공정위가 처리할 사건이 연간 4만~5만건에 달해 어려움이 크다. 시장에 중요한 메시지를 주고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사건은 신속히 처리하도록 업무처리 개선방안을 마련 중이다.”

―대리점 분야의 불공정행위 근절을 위해 실태조사를 강화하기로 했는데.

“중소 유통사업자가 다수 참여하는 대리점거래는 공급업자에 의한 불공정거래 행위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올해는 실태조사 대상 업종을 지난해의 두배인 6개로 늘려서, 가구·가전·도서출판·보일러·석유유통(주유소 포함)·의료기기 업종의 2만5천여개 공급업자와 대리점을 전수조사할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정위는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 근절을 위한 엄정한 법집행을 강조했다. 지난해 6월 태광그룹에 대한 제재가 이뤄진 이후 9개월 동안 단 한건도 제재가 이뤄지지 않았다. 경제가 어렵고 최근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재벌개혁이 위축된 것인가?

“부당 내부거래는 독립 중소기업의 존립기반을 위협하고 자원의 비효율적인 사용으로 대기업에도 해가 된다. 경기 상황과 무관하게 이를 근절하기 위해 일관되게 노력할 것이다. 6개 그룹의 법위반 혐의가 확인돼 위원회에 상정됐다.”

―재벌개혁 차원에서 2017년 9월 기업집단국을 한시조직으로 만들었다. 당시 2년 뒤 평가를 해서 정규조직 전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그런데 지난해 9월 평가에서 다시 2021년 9월 재평가를 하기로 했다. 기업집단국 존속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가?

“재벌 조사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2년 만에 실적 평가를 하기에는 어렵다는 점이 고려된 것이다. 평가위원들은 기본적으로 기업집단국의 필요성과 기능에 공감했다.”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이 이사 연임을 놓고 케이씨지아이(KCGI), 조현아 전 부사장, 반도건설 등 3자 연합과 표대결이 예상된다. 양쪽 모두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내놓고, 사내외 이사들을 추천했는데 어떻게 보나?

“공정위가 어느 한쪽의 방안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공정위는 개별 기업의 문제보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공정위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공정거래법 전면개정 작업이 미래통합당의 반대로 끝내 무산됐다. 앞으로 계획은?

“개정안 중에서 조사의 적법절차 강화, 피심인 방어권 확대 등을 담은 절차법제 관련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를 통과했다. 20대 국회 안에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한다. 나머지 과제들도 국회와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만약 실패하면 여러 의견을 반영해 추진 방법과 전략을 고민하겠다.”

―재벌 사익편취 규제 대상 상장사를 총수 일가 지분 20% 이상(현재는 30%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은 시행령으로도 가능한데?

“재벌개혁 차원에서 상징적 의미가 있을 것이다. 다만 새롭게 규제를 받는 재벌 계열사는 20여개 정도로 많지 않다. 또 시행령 개정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전체적인 법 개정 추진방향을 먼저 고민할 것이다.”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간 합병이 추진 중이다.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가 접수된 지 9개월이 지났다. 5월로 예정된 유럽연합의 심사 결과도 7월로 늦어졌다. 전망은?

“기업결합으로 영향을 받는 시장 범위, 경쟁 상황 등이 국가별로 달라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 방향과 결과를 예상하기 어렵다. 유럽연합의 심사 연기는 사안이 그만큼 복잡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본·중국 등은 미정이다. 공정위도 경쟁 제한성 등을 심사해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할 계획인데, 이르면 7~8월 나올 것이다.”

―지난해 7월 일본 자동차부품 업체를 담합 혐의로 고발했는데, 검찰이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결정했다. 이를 두고 공정위가 늑장 고발을 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공정위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담합종료일을 자진신고가 접수된 2014년 12월로, 공소시효는 5년이 지난 2019년 12월로 판단했다. 하지만 검찰은 담합종료일을 미국 경쟁당국이 해당 사건의 조사를 시작한 2010년 2월로, 공소시효는 2015년 2월로 달리 판단했다. 공정위로서는 대법원 판례를 따를 수밖에 없다. 다만 공소시효가 임박한 상황에서 제보·접수되는 사건은 처리를 서두르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가습기 살균제 표시광고법 위반에 대해 별도 제재 없이 심의절차 종료 처리한 것과 관련해 피해자들과 공정위 전직 국장이 ‘봐주기 의혹’을 제기한다. 잘못이 있으면 솔직히 인정하고, 아니면 당당히 입장을 밝혀야 하는 것 아닌가?

“근거 없는 일방적 주장이 대부분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인 2017년 사건처리 평가 티에프(TF)를 구성해 검토했고, 그 결과에 따라 재조사를 거쳐 2018년 2월 해당 업체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는데 어떻게 봐줬다는 얘기를 할 수 있나. 검찰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고 있는 만큼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곽정수 논설위원 jskwak@hani.co.kr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안 공정위원장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안 공정위원장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공정위 소명’ 강조하는 첫 여성 위원장

취임 6개월 맞은 조성욱 위원장은 누구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시장경제의 파수꾼’인 공정위의 첫 여성 수장으로서 취임 6개월을 맞은 소감을 묻자 “위원장으로 일할 기회를 가진 것은 큰 영광이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인터뷰를 하면서 “경쟁당국으로서 ‘공정위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기자의 질문을 피하지 않고 신중하면서도 솔직하게 답하는 모습에서 자신감이 묻어났다.

조 위원장은 힘들었던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어렵다기보다 보람이 컸다”고 답했다. 처음에는 국회 관련 일이 힘들 것 같았는데, 국회가 국민을 대변하고, 국민이 공정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는 설명이다.

특별히 기억나는 일에 대해서는 “분야별로 많다”면서도 현장과의 직접 소통을 강조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가까이에서 듣고 실제 시장의 변화를 만들기 위해 13차례나 현장을 찾았다. 이를 통해 소상공인의 어려움과 대기업의 상생 노력을 알게 됐다.”

조 위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을 거쳐 고려대와 서울대 경영대에서 모두 최초의 여성 교수로 임용됐다. 주로 기업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수익성, 인센티브체계 등에 관해 연구했다. 한국금융정보학회 회장, 한국금융학회 부회장,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 공정위 경쟁정책자문위원 등을 두루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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