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국내 경기가 올 하반기부터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다만 경기부양책으로 정부부채가 크게 늘어나고 유동성이 과잉공급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주 국내 8대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과 유선 회의를 열어 각사의 올 한해 경기와 증권시장 전망 의견을 청취했다고 12일 밝혔다. 협회 쪽이 이날 발표한 자료를 보면 증권사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고 주요국 경제지원책이 작동한다는 전제 하에 올 하반기부터 소비 수요가 늘어날 거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센터장은 “올 상반기는 기업이익 감소가 불가피하지만 하반기부터는 억눌렸던 수요(pent-up demand)가 올라오고 정부의 유동성 공급으로 기업이익이 다시 늘어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수출과 투자가 아닌 소비 감소에 의한 일시적 경기침체에 가깝기 때문에 바이러스 확산세가 둔화된다면 소비부터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센터장도 “2분기까지는 실물경제 충격으로 경제성장률이 둔화하고 국내 증시도 W자형으로 횡보하겠지만, 주요국 경제지원책이 나오고 코로나19 치료제가 개발된다면 3분기부터 글로벌 경기 전반이 안정된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국제 생산 협력이 줄어들 수 있고 각국 정부의 대처 여력이 다 다르다는 점은 변수로 꼽혔다. 오현석 삼성증권 센터장은 “글로벌 경제는 코로나19 이전의 완만한 회복 사이클로 복귀하겠으나 제조업의 글로벌 밸류 체인(GVC) 축소로 국가별 증시 움직임에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연간 경제성장률 둔화 정도도 부양정책 강도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봤다. 이창목 엔에이치(NH)투자증권 센터장은 “미국 이외 지역의 재정 정책 여력에 한계가 있어 경기 회복 둔화 흐름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케이비(KB)증권의 신동준 센터장과 유승창 센터장은 미 연준의 양적 완화와 제로금리 정책으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과 코로나19 경제 대책을 둘러싼 남유럽·북유럽 간 갈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원-달러 환율이 떨어져 한국 수출기업에 불리하고, 유럽의 국제공조가 깨지면 글로벌 경기 회복이 더뎌질 가능성이 커진다.
경기부양책의 후유증으로 정부 부채가 크게 늘어나거나 유동성이 과잉 공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서철수 미래에셋대우 센터장은 “코로나라는 블랙 스완(예상치 못한 위기)이 부채위기라는 코뿔소(예상 가능하지만 간과한 위기)를 소환한 형국이다. 최근 중앙은행 및 정부의 지원책이 효과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유동성이 과잉되거나 정부부채가 급증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시중에 유동성이 과잉 공급되면 투기자본으로 인해 원자재값과 석유값,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최근 정부의 금융지원책이 이런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뜻이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센터장도 “중앙은행의 발권력, 즉 또 다른 부채를 통해 위기를 넘어간 만큼 부채 팽창 후유증이 잠복돼 있다.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경우 정부부채와 신흥국 부채, 신용 위험 등으로 인한 부작용이 표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 “금리가 낮은데도 돈을 쓰지 않는 ‘저금리의 함정’이나 각 나라가 생존을 위해 주요 수출산업 생산을 늘리는 ‘글로벌 공급 과잉’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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