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달 3일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난 9일 발표한 2조3천억달러(약 2790조원) 규모의 금융안정 대책에는 코로나19로 신용등급이 낮아진 일부 투기등급 회사채와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매입 계획까지 포함돼 시장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대출채권담보부증권은 주로 신용도가 낮은 하이일드채권 등을 기초자산으로 해 발행한 채권으로 미국 금융시장의 시한폭탄으로 여겨져 왔는데, 불안 심리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 때 이런 식의 긴급대출제도를 5개 운용했는데, 이번 사태에는 벌써 10개로 늘렸다.
연준이 이렇게 신속하게 선제적으로 천문학적인 돈 풀기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재무부가 2150억달러(약 260조원)의 보증을 예산으로 제공해줬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통상 정부 보증액 대비 10배가량 대출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런 정부 보증은 지난달 27일 미 의회가 통과시킨 코로나바이러스 긴급구제법(CARES)에 정부 보증재원 예산으로 4540억달러를 배정해놓은 데 기반한 것이다. 연준은 긴급구제법이 통과하기 전인 지난달 17일과 23일에 이미 재무부 장관의 사전 승인 아래 긴급대출제도 6개를 발표한 바 있다.
미국도 이런 체계가 만들어진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엔 관련 규정이 없자 임시방편으로 재무부가 연준에 자금을 특별예치(500억달러)하고, 이를 재원으로 연준이 발권력을 동원했다. 당시 에이아이지(AIG) 등 특정 기업 특혜 시비가 일자, 의회는 2010년 도드-프랭크법을 제정해 특정 기업 지원을 배제하면서도 위기 시 대응 매뉴얼을 법으로 명문화했다. 연준이 이례적인 위기 상황에서는 재무부와 협의해 재무부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아 민간에 긴급대출을 실행하고, 일주일 이내에 의회에 사후 보고하도록 한 것이다. 2008년 당시 거의 2년간 편 정책을 이번엔 단 3주 만에 쏟아낼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대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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