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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편집장 편지] 윤석열리스크

등록 2020-04-27 08:59수정 2020-04-27 21:01

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조직에서 최고경영자(CEO)는 무척 중요하다. 인력과 자원을 전략 목표에 선택·집중·배치하는 막강한 권한이 있어서다.

CEO 한 명으로 회사가 휘청할 수 있다는 ‘CEO 리스크’도 이런 이유로 자주 거론된다. 4·15 총선이 끝나자마자 논란의 핵심에 떠오른 인물이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윤 총장은 조국 사태 때 전광석화처럼 조국 전 장관 일가를 몰아붙였다. 검찰은 2019년 9월6일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로 당시 법무부 장관 내정자인 조국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전격 기소했다.

전격전의 대표 격은 2차 대전 당시 독일이 소련을 침공하기 위해 쓴 ‘바바로사’ 작전이다. 독일 공군 ‘루프트바페’가 지상군을 전폭 지원했듯이 언론의 공중전 지원을 받았고, 독일 군인 하인츠 구데리안의 전차부대처럼 전광석화 같은 압수수색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조국 일가에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가족사기단’ 같은 프레임을 덮어씌우는 효과를 보았다. 입시 부정이라는 틀에 맞춰 조국 일가를 ‘불공정’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했다.

윤 총장의 성과가 돋보일수록 비판자도 늘어났다. 윤 총장을 반대하는 쪽은 그를 인권과 민주주의를 뒤엎어버리고 ‘시대정신을 거꾸로 되돌린 독재자’ 들과 같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총선을 앞두고 윤 총장과 그 반대편은 총선 결과를 마음 졸이며 지켜보고 있었다. 총선이 끝났으니, 2차 대전 때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벌어진 사상 최대의 탱크전처럼 검찰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앞두고 건곤일척의 대회전을 치를 수밖에 없어 보인다.

선공은 윤 총장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비리 의혹’ ‘총선 비리’라는 칼자루를 꺼낼 것이다. 윤 총장이 쓸 카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북한에서 자주 쓰는 것과 비슷할 듯싶다.

트럼프와 북한은 경제학 게임이론에 나오는 ‘치킨게임’으로 조직을 공고히 했다. 치킨게임에서 최상의 전략은 자동차를 타고 서로 정면 충돌하는 상황에서 핸들을 꺾지 않는 것이다. 치킨게임은 ‘미치광이 전략’(madman strategy)이라고도 불린다.

물론 상황은 윤 총장에게 유리하지만은 않다. 총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채널A> 이아무개 기자와 한아무개 검사장의 부적절한 공작 의혹, 윤 총장 장모 사기와 아내의 주가조작 논란이 불거지면서 조국 전 장관에게 프레임을 건 ‘내로남불’ ‘가족사기단’ ‘불공정’이 부메랑처럼 윤 총장에게 돌아올 것이다.

총선에서 여당의 압승 역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성공한 쿠데타보다 실패한 역모 사건이 더 많다.

물론 윤 총장은 이전처럼 보수언론과 야당의 측면 지원을 기대하며 그들과 신뢰를 이어나갈 것이다. 하지만 그들과 신뢰가 높아질수록 보통 국민과 신뢰는 떨어진다. 이번 총선 결과가 그랬다.

사표를 던지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것도 쉽지 않는 일이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국정 농단으로 옷을 벗자마자 그저 그런 보통 사람으로 추락했다.

그렇다고 조직에 남아 있기도 좌불안석이다. 윤 총장이 조직에 남아 있을 수록 검찰개혁 목소리는 더 커질 것이다. 지난해 연말 이른바 여당이 중심이 된 4+1 협의체가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을 밀어붙일 때 검찰은 세게 저항하지 못했다.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 수사한다’는 명분만 내세웠을 뿐, 조직으로 보면 실리를 전혀 챙기지 못한 리더였다.

반대하는 쪽은 어떤 전략은 써야 할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뜻하는 ‘팃포탯’(tit for tat) 전략을 떠올릴 수 있다. 전후 독일은 전쟁 범죄자들에 대해 엄중히 죄를 물었다. 그 결과 독일은 나치 그늘에서 벗어나 범죄의 반복을 멈출 수 있었다. 그렇지 못한 일본은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주변 나라인 한국과 중국에 터무니없는 얘기를 하고 있다.

윤석열 총장이 앞으로 어떤 ‘전략 카드’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리스크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위기가 될 수도, 기회가 될 수도 있기에 그렇다.

정혁준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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