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텍사스산(WTI)원유 선물 가격이 급락하면서 이를 두 배로 따라가는 레버리지 상장지수증권(ETN) 가치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사흘간 매매거래가 정지돼 투자자들이 팔 수도 없다. 일부 증권사가 소액투자자들도 중도상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증권 가치가 지나치게 낮아진 탓에 수요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더블유티아이 선물 가격이 16달러에서 11달러로 급락하면서 이를 두 배로 반영하는 삼성·엔에이치(NH)투자·신한금융투자·미래에셋대우의 이티엔 내재가치도 전날 대비 40% 이상 떨어졌다. 실시간 내재가치 기준으로 신한금융투자와 엔에이치투자증권은 50원대로, 삼성증권은 70원대로 산출됐다. 더블유티아이 원유와 브렌트유를 함께 반영하는 미래에셋대우만 500원대다. 반면 시장가격은 삼성증권이 850원, 신한금융투자와 엔에이치투자증권이 각각 310원과 500원, 미래에셋대우는 1270원으로 내재가치보다 적게는 2.5배, 많게는 10배 이상 차이 난다. 이티엔은 시장 거래 활성화를 위해 원유 등 기초자산을 연동한 증권 내재가치와 시장 참여자들끼리 거래하는 시장가격을 동시에 산출하는데, 이 둘 사이의 괴리가 지나치게 커지면 투자자가 그 차이만큼 손실을 입는다.
유가가 시시각각 변하고 있지만 이티엔 매매거래는 오는 5월6일에야 재개된다. 유가 상승으로 6일까지 내재가치가 오를 수도 있지만 유가 하락으로 증권 내재가치가 ‘0원’이 돼 투자금을 모두 날릴 가능성도 있다.
선택지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제라도 빠져나오고 싶은 투자자들은 이티엔에 포함된 중도상환권을 사용해 손절매를 할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와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은 10만주부터, 엔에이치투자증권은 20만주부터 중도상환할 수 있지만 ‘천재지변 등 장내 매도가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엔 그 이하 수량도 가능하다. 최근 한국거래소의 매매거래정지 조치가 이에 해당하는지는 각 증권사마다 해석이 다르다. 신한금융투자는 “가능할 것 같다”고 했고 삼성증권은 “관계기관과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엔에이치투자증권은 “발행사 책임이 아니므로 불가하다”고 했고 미래에셋대우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중도상환을 실제로 선택하는 투자자는 많지 않을 전망이다. 중도상환하면 사실상 손실을 확정하게 되고 증권사에 상환액의 1∼2%도 수수료로 줘야 하기 때문이다. 중도상환 가격은 거래소 영업일을 기준으로 신청한 당일 기초자산 종가로 정해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도상환이 된다 해도 투자자들은 장이 열릴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투자금 거의 전부를 잃은 상황에서 장당 100원 건지겠다고 손절매할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