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원유·커피·소고기…없는 게 없지만 위험 큰 선물시장

등록 2020-05-03 18:04수정 2020-05-04 02:33

미래에 상품값 오를지 내릴지 불안
불확실성 대비 위해 미리 구매계약
17세기 일본서 쌀거래로 첫 시작
현재 천연가스·탄소배출권도 매매

만기때 선물-현물 가격차따라 손익
현물 받을 생각 아니라면 팔고
새 선물로 롤오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서 가격차 나도 손익 발생
수익구조 복잡해 투자시 유의해야
그래픽_김정숙
그래픽_김정숙

최근 유가 하락으로 원유 투자가 인기를 끌면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선물 투자’가 화제다. 만기, 롤오버, 월물 등 용어도 어려운데 주변에서 큰돈을 벌고 잃었다는 무용담이 들려와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상품 종류도 달러와 금에서부터 콩, 소고기, 카놀라유까지 무궁무진하다. 선물은 무엇에 쓰이는 제도이고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 변수 통제하려 만든 선물

선물(先物·Futures)은 규격과 품질, 수량이 표준화된 상품을 특정 시기, 특정 가격에 주고받겠다고 서로 약속하는 거래다. 미래를 서로 다르게 예측하는 시장참여자들이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고안해 냈다. 예를 들어 배추 도매상 김아무개씨가 예상하기에 올 여름 배춧값이 1000원에서 1500원으로 오른다면 김씨는 미리 배추를 1000원에 받기로 약속하고 싶을 것이다. 반면 농부 박아무개씨는 배춧값이 오히려 500원으로 내릴 거라고 예상해 이런 계약에 구미가 당긴다. 두 사람은 오는 8월 포기당 1000원에 거래하기로 계약한다. 시간이 지나고 배춧값이 오르면 김씨가, 내리면 박씨가 이득을 볼 것이다.

최초의 선물거래는 17세기 일본 오사카 상인들이 쌀 가격 안정을 위해 쌀 교환 증서를 거래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미국 시카고 상인들도 계절에 따라 곡물 출하 시기를 조정할 목적으로 19세기 후반 선물거래를 시작했다. 버터와 계란을 사고 팔던 시카고상업거래소가 냉동돈육과 소고기, 은 등을 선물로 취급하면서 본격적인 거래가 시작됐다. 한국은 1996년 한국증권거래소가 코스피200지수 선물을 최초로 상장했고 3년 뒤 한국선물거래소가 국채선물과 달러선물 등 8개 품목을 상장했다.

■ 시세 변동 있다면 무엇이든 선물로

선물거래 중심지 시카고에서 거래되는 선물 종류는 원자재부터 주가지수까지 수백가지가 넘는다. 산업계 대표 금속인 구리와 생활 전반에 쓰이는 원유는 경기 변동을 빠르게 반영하는 상품이다. 콩은 중국이 미국에서 수입하는 양이 많아 미-중 무역분쟁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밖에 천연가스, 귀금속, 설탕, 커피 등 일상소비재와 탄소배출권도 선물 거래 대상이다.

선물시장엔 배추도매상 김씨처럼 상품을 미리 맡아두려는 도매업자도 있지만 은행, 기관투자자 등 자신이 보유한 자산의 가치 하락에 대비해 선물에 투자하는 ‘위험 회피자’나 단순히 현물과 선물 간 가격 차이로 돈을 벌려는 ‘차익거래자’도 있다. ‘압구정 미꾸라지(윤강로)’, ‘목포 세발낙지(장기철)’ 등 선물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일부 개인투자자들의 무용담이 알려지면서 원자재를 확보할 의향이 없는 개인 투자자들도 선물투자에 관심을 갖게 됐다.

선물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직접 사고 팔 수도 있지만 자산운용사가 운영하는 펀드나 수익률을 수치화한 지수 증권에 투자할 수도 있다. 최근 유가 하락으로 손실이 생긴 서부텍사스(WTI)산 원유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도 더블유티아이 선물을 직접 펀드에 담거나 유가 수익률 지수를 증권과 연동한 상품이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콘탱고·롤오버·만기…수익구조 잘 따져봐야

선물은 미래 가치로서 거래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현물과 비슷한 가격이 되고 만기가 돌아온다. 예를 들어 더블유티아이 원유 선물은 매달 25일에서 3영업일 전이 만기다. 현물을 받을 생각이 아니라면 현재와 가까워진 선물(근월물)을 팔고 만기가 아직 남아있는 선물(원월물)을 새로 사야 한다. 이렇게 선물을 갈아타는 것을 ‘롤오버’라고 부르는데, 이 과정에서도 만기가 먼 선물과 가까운 선물 사이의 가격 차에 따라 이익이 늘거나 줄어든다.

예를 들어 1만원으로 5월물 원유 선물을 1천원에 10계약 했는데 6월물 원유가 2천원이라면 롤오버를 할 때 같은 투자금으로 5계약만 새로 맺을 수 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 6월물이 만기를 맞았을 때 현재가와 비슷한 1천원으로 내려가 있다면 계좌에 있는 돈은 5천원에 그치게 된다. 사실상 교체비용으로만 5천원을 쓴 것이다.

이렇게 원월물 가격이 근월물보다 비싼 현상을 ‘콘탱고’라고 부른다. 선물 가격은 현물 가격에 특정 기간 동안의 보관비용을 더한 값이므로 기간이 길수록 콘탱고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럴 땐 이전 선물에서 다음 선물로 갈아탈 때 그 차이만큼 기대수익이 줄어든다. 최근 원유 선물 투자 과정에서 한국거래소가 “지금과 같은 콘탱고 상황에선 롤오버 비용이 커 생각만큼 수익이 나지 않을 수 있다”고 투자자들에 설명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반대로 원월물이 근월물보다 싸지는 ‘백워데이션’ 현상도 있다. 시장이 판단하기에 미래의 가격이 더 떨어질 거라 예상되거나, 현물수요가 갑자기 급등할 때 간혹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 여름 휴가철에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백워데이션일 땐 10계약 살 것을 15계약 살 수 있으니 롤오버를 했을 때 기대수익이 올라간다. 싸게 산 원월물이 근월물이 되면서 더 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렇듯 수익구조가 복잡하고 자본금도 많이 드는 탓에 선물의 주된 투자자는 기관투자자와 자산운용사였다. 그러나 지난달 유가 하락으로 개인투자자들도 원유 선물 직접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됐다. 5월물 유가 만기일이었던 지난 21일 키움증권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중단으로 롤오버를 못했다고 항의한 이들도 개인투자자들이었다. 이들은 만기일에 5월물 더블유티아이 선물을 청산하려 했는데 시스템이 멈추면서 이를 팔지 못 했다. 키움증권은 다만 이들이 투자한 선물은 실물 인수도가 아닌 현금 결제 상품이어서, 롤오버를 미처 못 했어도 미국으로 날아가 투자금을 원유로 바꾸는 불상사는 없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안전 인증’ 없으면 해외직구 금지…유모차·전기매트 등 80종 1.

‘안전 인증’ 없으면 해외직구 금지…유모차·전기매트 등 80종

희망퇴직까지 받았던 이마트, 1분기 영업이익 245% 증가 왜? 2.

희망퇴직까지 받았던 이마트, 1분기 영업이익 245% 증가 왜?

왕이 “미, 중국경제 미친 듯 탄압”…‘관세폭탄’에 무역 전면전 예고 3.

왕이 “미, 중국경제 미친 듯 탄압”…‘관세폭탄’에 무역 전면전 예고

‘헐값 매각’ 피할 시간 번 네이버…‘라인 넘겨라’ 일 압박 이어질 듯 4.

‘헐값 매각’ 피할 시간 번 네이버…‘라인 넘겨라’ 일 압박 이어질 듯

17평 목조 세컨하우스, 1억2900만원이면 일주일 만에 뚝딱 5.

17평 목조 세컨하우스, 1억2900만원이면 일주일 만에 뚝딱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